[임성은의 정책과 혁신] 〈22〉1인 환자에게 가족을 호출하는 병원

2025-08-06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아파도 병원 데려다 줄 사람이 없어 못 간다는 보도를 종종 접한다. 중증 환자의 경우 오히려 119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어르신들의 경우가 더 문제가 되기도 한다. 자녀들이 멀리 떨어져 살거나, 매번 동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고자 도입된 것이 바로 '병원 안심동행 서비스'다. 이 서비스 또한 '보호자 동의서'에서 장벽을 만나고 있다. 필자는 2021년, 이 제도를 최초로 제안했던 사람으로서, 그간 병원 행정과 정책, 연구 현장에서 느꼈던 아쉬움들을 바탕으로 몇 가지 개선점을 정리하고자 한다.

첫째, 제도화 과정에서 유사한 제도가 있어 새로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공무원의 판단이 있었다. '돌봄 SOS'라는 이름으로 갑작스런 질병이나 긴급 사고시 4가지 정도의 서비스가 혼합된 것으로 소득제한 등의 조건이 까다로워 실질적인 이용률은 매우 낮았다. 시민은 물론 행정 담당자조차도 존재를 잘 알지 못하는, 말 그대로 '숨겨진 제도'였다.

둘째, 병원에서 요구하는 '보호자 동의서'라는 장벽이었다. 수술은 물론, 검사나 시술 같은 비교적 단순한 절차에서도 '보호자 서명'을 요구한다. 통상적으로 이는 법정대리인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가족이 병원에 반드시 동행할 것을 강요하는 구조다. 병원안심동행 도우미의 역할 자체를 축소시켜 필요성 자체를 위협했다.

셋째, 행정과 현장간의 괴리도 문제다. 의료법령상 가족의 동의서 서명이 명시돼 있지 않아 제도개선할 대상이 없다는 것이었다. 병원 내규나 의료계에 권고안을 제시하면 좋겠다고 요청했으나 연구자나 공무원 모두 '내 소관이 아니다'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제도화가 돼 있는만큼 명백한 오류에 해당한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렇다. 의료법 제24조의2에 따르면 설명의무, 특히 서면 동의는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를 하는 경우로 한정돼 있다. 무엇보다 설명의 대상도 '환자'이고, 환자의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경우만 법정대리인으로 확대된다. 보호자의 서명을 요구하는 동의서 양식은 의료법령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병원 현장에서는 관행적으로 가족의 서명을 고집하며, 환자가 이를 준비하지 못할 경우 치료가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사례도 있다. 유래를 찾아보니 의사협회가 권고한 설명·동의서 양식에 법정대리인의 서명 칸이 일률적으로 포함돼 있으며, 이를 병원들이 법 조항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나 구분없이 병원 내규나 매뉴얼에 반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의료사고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면서 병원들은 연대보증의 목적으로 더욱 보수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우선 병원안심동행 도우미에게 보호자 동의 관행의 실제와 대응법을 충분히 교육하고, 병원에서 이를 설명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일부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시간 낭비와 현장에서의 갈등 소지를 안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보호자 동의'를 요구하는 병원의 관행을 법적 근거에 맞게 조율하고, 1인 가구와 같은 사회구조의 변화에 맞춰 운영 지침을 재정비해야 한다. 의사결정이 어려운 환자에게는 법적 적용을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렇지 않음에도 고령이라는 이유로, 혹은 책임회피를 위한 명분으로, 서울이나 직장에 있는 자녀를 지방에 있는 병원까지 동의서 서명을 목적으로 호출하는 불필요한 관행과 행정 낭비를 반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이야말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前 서울기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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