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저널]이승진 시민기자= ‘죽어도 7시 도착 보장’(클렌징 제도)을 내세우며 블랙리스트(PNG 리스트)를 통해 자사 노동자뿐만 아니라 이를 고발했던 언론사까지 탄압했던 기업이 있다. 배송·물류센터·조리 노동자가 연이어 사망해도 허술한 해명과 미적지근한 대응으로 일관하는 기업. ‘쿠팡’이다. 블랙리스트에 등재된 추정 사례는 △계약직 노동자 산업재해 신청(고의적 업무 방해) △업무 시작 전 병력 기재(영구적 근로 배제) △CCTV 열람 요구(고의적 업무 방해) 등으로 2024년 2월 14일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과 엄정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노동자 사망사건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 동안 12명에 이른다. 대부분 과도한 육체노동과 밤샘 근무에 따른 과로사로 의심된다. 특히 ‘클렌징 제도’의 경우 본인이 할당량을 모두 채워도 동료가 여러 사정으로 그 몫을 채우지 못하면 대신 일해야 한다. 오전 7시까지 배송하지 못하면 배송 구역을 회수하기 때문이다. ‘로켓 플래시’의 경우 쿠팡 측 지시대로 모두 배송해야 하고 로켓배송 수거까지 도맡아야 한다. 이를 수행하지 않으면 계약 해지 된다. 배송 담당자는 개인 사업자다. 그럼에도 직접 고용 관계에 준하는 노동을 한다. 이들에게 계약 해지는 해고와 같다.
이처럼 악명높은 쿠팡 로켓배송 서비스는 2014년부터 시작했다. 지난 12년 동안 얼마나 많은 노동자와 개인 사업자가 절망하거나 사망했을까? 고용노동부는 해당 기간 드러났던 사건·사고를 관할했다. 그런데 최소 5명 이상의 고용노동부 공무원(5~6급)이 오는 6월 쿠팡으로 이직한다는 소식이 <경향신문> 단독 보도로 다뤄졌다. 2024년 3월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실 출신 행정관(4급)이 쿠팡 홍보·대관 담당 임원으로 이직한 적은 있으나 고용노동부 공무원 다수가 특정 기업으로 이직하는 상황은 이례적이다. 이들은 주로 ‘대관 업무’(관공서 대응 업무)를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광역근로감독과장(5급), 고용노동부 노사관계지원과 사무관(5급),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심판2과장(5급), 대구서부지방고용노동청 산재예방지도과 근로감독관(6급), 여수지방고용노동청 지역협력과 주무관(6급)은 5월 31일 의원면직 처리 후 쿠팡 CLS(로지스틱스서비스)에 이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청주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6급), 성남지방고용노동청 광역중대재해수사과 근로감독관(6급)도 같은 날 의원면직 처리될 예정이다. 이 두 감독관은 이직이 확인되지 않았으나 쿠팡으로 옮겨 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쿠팡이 이들을 채용하려는 이유가 뭘까? 서울청 광역근로감독과는 2024년 10월 산업안전보건 감독, 일용근로자 근로계약 실태, 배송기사 불법파견 여부 등에 대해 쿠팡 CLS를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을 시행한 조직이다. 대구서부지청과 성남지청 등은 쿠팡 사건 관할 센터다. 쿠팡 물류센터의 심야 노동, 과로, 노동환경 문제로 상징되는 2020년 장덕준 씨 사망사건 관할 센터가 대구서부지청이었다. 성남지청은 경기 광주·여주·이천 지역 쿠팡 물류센터를 관할한다. 올해 1월 쿠팡 노동자 3명이 성남지청에 임금체불(퇴직금 미지급)을 진정했다.
4급 이상 공무원은 퇴직 후 3년간 일정 규모 이상의 민간기업과 기관에 취업하려면 업무 관련 유무를 심사받아야 한다. 반면 5급 이하는 심사를 면제받는다. 이들의 연봉은 5급의 경우 2억8000만 원, 6급은 2억4000만 원으로 알려져 있다. 강민욱 부위원장(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택배노조)은 “쿠팡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찰, 국회의원 보좌관들을 대거 채용해서 대관 사업에 주력했다”면서 “새 정부 들어서 관리 감독 부처의 문제 제기를 무마하거나 피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밝혔다.
지난 1월 국회는 ‘쿠팡 택배노동자 심야노동 등 근로조건 개선’ 청문회를 진행했다. 그 자리에서 쿠팡 측은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고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은 “전문성을 갖춘 우수 인재 영입”으로 돌아왔다. 명분은 “노무 및 안전보건 관련 준법 감시 강화”다. 울산의 경우 쿠팡은 울주군 온산읍에 DIP센터(냉동센터)를 두고 있다. 1캠프는 북구 진장동, 2캠프는 남구 두왕동에 있다. 모바일캠프는 북구 효문동과 연암동에서 운영한다. 쿠팡은 올해 11월 동남권 '서브허브'(중간물류시설) 건립을 위해 울주군 온양읍에서 착공식을 열기도 했다.
이승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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