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일으켜 소화기 판다”…‘주총 설계자’ ISS가 뭐길래

2025-03-03

한 재계 관계자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에 대해 내린 평가다. 그만큼 ISS가 기업 이사회와 주주들의 판단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단 의미다. 진행 중인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부터 두산밥캣·로보틱스 합병, LG화학 물적분할, SK이노베이션·E&S 합병, 그리고 과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까지, ‘ISS’라는 이름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대체 ISS가 뭐길래 이럴까.

의결권 자문사는 기관투자가들이 의결권 행사에 참고하도록 분석을 제공하는 민간기업이다. 그중에서도 시초 격인 ISS는 전 세계 의결권 자문 시장의 약 60%를 차지하는 독보적인 존재로,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큰 한국 자본시장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올해도 3월 정기주총 시즌을 앞두고 기업들은 자문사 보고서가 주주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논란도 많다. 그 파급력에 비해 ISS의 의사결정 과정은 불투명하고, 자회사의 컨설팅 업무와 이해상충 문제도 있다. 무엇보다, 그들이 한국 시장을 잘 알고 자문하느냐는 의구심이 크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산불 일으키고 소화기를 파는 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목차

1. ‘90% 독과점’ ISS·GL이라는 공룡

2. 삼성부터 고려아연까지, 한국에선?

3. “한국 전문성 떨어진다”…반복되는 논란

4. “의결권 자문사는 ‘눈’”…국내시장 성장해야

1. ‘90% 독과점’ ISS·GL이라는 공룡

의결권 자문사는 왜 존재할까?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은 다수의 기업에 투자하다 보니, 각 기업의 주총 안건을 단기간에 분석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에 의결권 자문사가 기업의 재무구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 거버넌스 현황, 경영진 보상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보고서를 제공한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부적으로 자문·분석 조직을 갖추지 못한 기관투자가는 의결권 자문사들의 도움을 받아 훨씬 전문적인 분석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1985년 설립된 ISS는 최초의 의결권 자문사로 평가된다. 설립자인 로버트 몽크스는 미 노동부 연금국장으로 1년간 재직한 후 퇴임해 ISS를 세웠다. 연금국장 시절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를 의무화하는 기반을 마련하더니, 퇴임 후 자문서비스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현재 ISS는 2000개사 이상의 기관투자가를 고객으로 두고, 매년 100여 개국에서 수만 건의 주총 안건에 대해 의결권 자문 업무를 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글래스 루이스(GL)까지 합치면 전 세계 의결권 자문 시장의 90% 이상을 이 두 업체가 잡고 있다.

이들의 승승장구 비결은 기관투자가들이 이들 말을 듣는다는 데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분석( ‘미국 의결권 자문사에 대한 책임 강화 지침의 시사점’, 2018년)에 따르면, ISS의 권고와 미국 대형 기관투자가들의 주총 의안 찬반 입장 간 일치율은 상당히 높았다. 대표적으로, 블랙록(BlackRock)이 찬성한 주총 안건의 87.9%는 ISS도 찬성을 권고했다. 반대로 블랙록이 반대한 안건의 69.2%에 대해서도 ISS는 반대를 권고했다.

의결권 자문 산업을 연구하는 총 수(Chong Shu) 미국 유타대 경영대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연구 결과, 글로벌 자문사들은 기업 지분 중 20% 정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자문사 의견을 기관투자가들이 기계적으로 따르는, 이른바 ‘로보보팅’(robo-voting)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독립적인 판단을 저해하고, 자문사 권고가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2. 삼성부터 고려아연까지, 한국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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