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윤재 명예교수
서울대학교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장
가축분뇨 퇴비화 기술, 여전히 갈길이 멀다
축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논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주제가 가축분뇨다. 분뇨는 메탄가스 발생의 주요 원인이자,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토양과 수질 오염까지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일찍부터 퇴·액비화 중심의 자원화 정책을 추진해왔다. 분뇨를 자원으로 환원하여 토양과 작물 생산에 활용하는 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경지 면적이 줄어드는 현실에서 퇴비화 중심의 정책은 점점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분뇨의 새로운 활용처를 찾고,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과연 우리는 분뇨를 잘 처리하고 있는가?
제대로 된 퇴비부터 만들어야 한다
가축분뇨는 질소(N), 인(P) 등 작물 성장에 필수적인 영양원소와 풍부한 유기물을 함유하고 있어, 적절히 처리한다면 뛰어난 양질의 비료 자원이 된다. 따라서 가장 이상적인 분뇨 처리 방식은 분뇨를 퇴액비로 전환하고 이를 다시 토양에 환원하는 경종농업의 자원순환 구조 안에서 활용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 다르다. 분뇨 퇴비화 정책이 본격화된 지 이미 30여 년이 지났지만, 실제 현장에서 분뇨 퇴비가 제대로 활용되는 사례는 아직도 부족하다. 이유는 우리가 아직도 쓸 만한 퇴비를 잘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퇴비화 기술의 핵심은 ‘부숙도’에 있다. 다시 말해, 얼마나 잘 숙성시키느냐가 관건이다. 부숙이 제대로 이루어진 퇴비는 냄새가 거의 나지 않고 영양분도 풍부해 농가에서 외면할 이유가 없다.
반대로, 충분히 부숙되지 않은 퇴비는 토양에 뿌려도 작물 생육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냄새가 나고 오히려 양분 과잉과 토양 오염을 불러올 수 있다. 실제 현장에서 분뇨 퇴비의 활용이 저조한 것도, 그동안 부숙도를 세심하게 관리하지 않은 결과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문제의 본질은 경지 면적이 줄어들어 퇴비의 소비처가 사라진 것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소비처 확대가 아니라, 부숙 과정을 철저히 관리해 농가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건강한 퇴비를 만드는 일이다.
퇴비도 맞춤형 기술이 필요하다
분뇨를 퇴비로 만드는 일은 조건에 맞추어 세심한 기술 조절이 필요하다. 분뇨 발효 과정은 원료의 수분이나 염분 함량, 계절적 온도 차이, 유기물 종류에 따라 미생물 활성도가 크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 여름과 겨울의 온도 차는 발효 속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따라서 퇴비의 부숙도 증진을 위한 실용적 방법의 연구가 중요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퇴비는 경작지 피해를 줄이고, 오히려 토양에 유익한 고품질 비료 자원으로 쓰일 수 있다. 지역별·재료별 특성을 반영한 부숙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품질 관리다. 퇴비화 과정에 이물질이 혼입되는 것을 차단하고, 부숙도 수준에 따른 엄격한 품질 검증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항생제 사용이 남긴 잔여 성분이 퇴비화 과정과 발효 부산물 품질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항생제 규제와 대체제 활용도 병행되어야 한다.
결국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관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가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와 농협의 제도적 지원과 국립축산과학원 같은 연구기관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님비 현상, 꾸준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
가축분뇨 처리에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과제가 바로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일이다. 특히 경종 농가의 경우, 과거에 제대로 부숙되지 않은 퇴비로 인해 악취가 심하거나 경작지에 피해를 준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런 경험 때문에 여전히 많은 농가가 분뇨 퇴비 사용을 꺼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축산 농가가 퇴비생산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 신뢰를 잃은 근본 원인이다.
이에 첫째, 앞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는 한편, 경종농가를 대상으로 잘 숙성된 퇴비가 토양 건강과 작물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또한 분뇨 퇴비화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음식물 쓰레기 등과의 혼합 발효가 중요한데, 이를 처리할 공간과 시설이 지역 내에 설치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자원화 시설은 여전히 많은 주민들에게 혐오시설로 인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지역만 아니면 된다”는 님비 현상이 나타나면서, 실제로 과거 일부 지자체에서는 외부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반입하려 하자 강한 반발이 일어나 사업이 무산된 사례도 많이 있었다.
이에 둘째로, 주민들에게 해당 시설이 단순한 오염원이 아니라, 친환경 자원화 시설이며 장기적으로는 지역 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설득하는 교육과 홍보가 필수적이다.
결국 가축분뇨의 퇴비화와 자원화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신뢰 회복의 과제이기도 하다. 이제는 분뇨 자원화 시설을 ‘혐오시설’이 아니라 교육과 홍보를 통해 ‘친환경 순환농업의 거점’으로 재인식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축산신문, CHUKSANNE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