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은 어느 나라? 북극은?”… 극지방 둘러싼 눈치싸움, 치열해진 이유는 [미드나잇 이슈]

2025-01-06

영유권 인정 않는 조약에도 각국 대통령 남극 방문해 주권 주장

북극 얼음 완전히 사라진다는 2027년 앞두고 자원·항로 두고 야욕

캐나다, 북극 진출하는 중·러 향해 군사적 대응 예고

칠레 대통령이 ‘제7의 대륙’이라 불리는 남극을 방문해 주권 보유를 주장하며, 극지방을 둘러싼 세계 각국의 눈치싸움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근 지구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며 자원 개발과 항로 등 이용 측면이 높아진 북극을 두고 군사적 긴장감까지 감돈다.

이달 3일(현지시간) AFP 통신,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칠레 대통령실은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이 이날 그리니치표준시(GMT)로 오후 8시 남극점에 있는 아문센-스콧 기지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보리치 대통령은 남미 지도자 중에서 처음으로 남극에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칠레의 남극 대륙 일부 영토에 대한 주권 주장의 일환이다. 보리치 대통령은 TV로 송출한 영상 메시지를 통해 “(남극 대륙 일부에 대해) 우리가 주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이 남극을 방문해 칠레의 ‘남극 미션’에 대해 논의한 것은 처음”이라며 “우리에게 기념비적인 순간”이라고 덧붙였다.

남극 대륙에 대해선 어떠한 영유권도 인정되지 않는다. ‘남극조약’ 때문이다. 1961년 발효된 이 조약은 남극에 대한 각국의 영유권 주장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않고, 이곳을 과학 연구 등 평화적인 목적으로 쓰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 영유권 주장을 부정하진 않지만 이를 인정받고자 외국과 다투거나 새로 영유권을 주장하거나 군사활동을 하는 것은 금지된다.

남극의 주인이 누구냐는 문제는 19세기에 본격 상륙이 시작된 이래 국제사회의 오랜 논쟁거리였다. 노르웨이·뉴질랜드·아르헨티나·영국·칠레·프랑스·호주는 남극을 자국 영토라고 주장해 왔다. 지리적으로 남극과 가깝거나 포경 어업을 하는 나라들이다. 여기에 미국과 소련(현재의 러시아)까지 탐사를 벌이면서 분쟁의 위험성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요청으로 협의가 시작됐고 1959년 12월1일 미국 워싱턴에서 남극조약 조인식이 열렸다. 영유권 주장 7개국과 미국·소련·일본 등 12개국이 최초 가입국으로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1986년 11월28일 33번째 서명국으로 가입했고, 현재 58개국이 가입돼 있다.

그러나 처음 조약을 체결한 12개국 중 칠레를 비롯해 노르웨이, 뉴질랜드, 아르헨티나, 영국, 프랑스, 호주 등 7개국은 여전히 남극 대륙 일부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남극을 방문한 국가 지도자는 보리치 대통령이 역대 세 번째다. 2007년 헬렌 클라크 당시 뉴질랜드 총리가 최초로 남극을 방문했고, 2011년에는 옌스 스톨텐베르그 당시 노르웨이 총리가 탐험가 아문센의 정복 100주년을 기념해 남극을 찾았다.

대륙이 없는 북극에는 남극조약 같은 제도는 지금껏 없었다. 북극해 석유 개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지구온난화 피해 등 문제가 드러나면서 2009년 국제사회에서 북극조약을 만들자는 논의가 나왔지만, 실행으로 옮겨지진 않았다.

러시아와 중국이 북극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며 인접국인 캐나다는 군사적 대응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교장관은 지난해 12월 북극과 관련한 새로운 군사·외교정책 기조로서 극지에서 작전이 가능한 순찰선과 군함, 쇄빙선, 잠수함 등을 증강 배치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어 “분쟁을 방지하는 가드레일들이 갈수록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다”면서 “북극은 더는 긴장도가 낮은 지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캐나다 외교부에 따르면 러시아와 중국은 손을 잡고 북극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북미 영공 주변에서는 러시아군의 활동이 눈에 띄게 늘어났고, 러시아가 북미와 유럽을 타격 가능한 미사일 체계의 북극관 배치를 시험 중이기도 하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북극을 덮고 있던 얼음이 급격히 녹으면서 석유와 천연가스 등 자원 개발과 북극 항로 이용 등 측면에서 가치가 커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앞으로 남극뿐만 아니라 북극을 포함한 극지방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볼더 콜로라도대학과 스웨덴 예테보리대 연구진은 지난해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실린 논문에서 이르면 2027년 북극의 얼음이 완전히 사라지는 날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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