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물 수용실에 심리 고문까지…'5년 中 구금' 호주인, 경험 공개
강제 노동에도 시달려…마스크에 일기 쓰며 버텨
(서울=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중국에서 강도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뒤 현지 교도소에서 5년 동안 구금 생활을 한 호주인이 비위생적 환경에서 심리적 고문과 강제 노동에 시달린 끔찍한 경험을 공개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2020년 1월 2일 중국 베이징에 살던 호주인 매튜 라달지는 전자제품 시장에서 가게 주인과 실랑이했다.
휴대전화 액정 수리 비용을 놓고 옥신각신했고, 라달지는 강도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뒤늦게 당시 상황을 떠올린 그는 억울했지만 경찰 조사에서 허위 자백했다고 BBC에 주장했다.
중국에서는 유죄 판결률이 거의 100%에 달한다는 말을 듣고 무죄를 주장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자백으로 수감 기간을 줄이려고 했고, 실제로 이 같은 사정이 참작돼 다소 감형받았다.
그는 일반 교도소로 보내지기 전 별도 구금시설에서 먼저 가혹한 '적응 과정'을 견뎌야 했다.
그는 "몇 개월씩 샤워가 금지됐다"며 "심지어 화장실도 정해진 시간에만 이용할 수 있었고, 위층 화장실에서 오물이 계속 아래층 수용실로 흘러내릴 정도로 지저분했다"고 말했다.
몇개월 동안 짧지 않은 적응 과정을 거쳤는데도 정식 교도소의 수감 생활 역시 적응 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외국인 수감자 전용 시설인 탓에 아프리카와 파키스탄 국적이 많았고, 미국, 영국, 북한, 대만 국적자도 함께 갇혀 있었다. 라달지는 대부분 마약 사범으로 그들을 기억했다.
감형을 미끼로 한 '모범 점수제'는 중국 교도소에서 유용한 통제 수단이었다.
수감자들은 공산당 문헌을 공부하거나 교도소 내 공장에서 일해 점수를 얻었고, 또 다른 수감자의 잘못을 몰래 신고해도 '포인트'가 쌓였다.
이렇게 성실한 수감 생활을 해서 한 달에 최대 100점을 만들 수 있었고, 4천200점을 모아야 감형받을 수 있었다. 이는 3년 6개월 동안 한 번도 빠짐 없이 매달 최대치를 받아야 달성할 수 있는 점수다.
그러나 라달지는 교도소 측이 수감자 점수가 4천200점에 가까워지면 감형해주지 않으려고 꼬투리를 잡아 감점을 줬다고 떠올렸다.
복도에서 걸을 때 선을 벗어났다거나 침대에 양말을 걸어뒀다며 불이익을 줬다.
중국에서 구금 생활을 한 다른 수감자들도 BBC에 이 점수제는 영혼을 짓밟기 위해 고안된 '심리 게임'이라고 말했다.
한 전직 수감자는 BBC와 인터뷰에서 5년 동안 수감 생활을 하면서 4천200점을 받는 경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식사는 더러운 물에 양배추를 넣고 끓인 국이었다. 가끔 당근 조각과 작은 고기 조각이 들어 있으면 '운수 좋은 날'이었다.
라달지는 "수감자 대부분이 영양실조 상태였다"고 기억했다.
운동 시간도 1주일에 고작 30분뿐이어서 수감자 대부분이 상체는 허약하고 배가 나왔다고 전직 교도소 수감자들은 BBC에 말했다.
그러면서 영치금으로 라면이나 두유도 사 먹을 수 있었지만, 공산당 선전 전단을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기를 거부하면 1년 넘게 이마저도 살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라달지는 수감 기간에 마스크 안쪽을 찢은 뒤 작은 글씨로 몰래 일기를 썼다. 그는 북한 수감자들이 일기 쓰는 것을 도와줬다고 했다.
출소 후 중국 입국이 10년간 금지된 라달지는 현재 호주로 돌아갔고, 오래 사귄 여자친구와 결혼했다고 BBC는 전했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손현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