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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절 치료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고려대구로병원 정형외과 과장을 맡고 있다. 골절·만성골수염 등을 진료한다. 대한골절학회장과 국제골절치료연구학회 아시아·태평양 교육위원회 의장 등 국내외 주요 학회 임원으로 활동했다. 독자 개발한 경골 고평부 후외측 골절 수술법으로 2021년 미국정형외과학회 골절 분야 ‘최우수 수술술기 비디오상’을 수상했다. 직접 고안한 대퇴골 근위부 골절 치료법은 국제골절치료연구학회 표준수술법으로 채택됐다. 2014년 ‘고려대구로병원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 설립을 주도했고, 지금까지 국내 외상 전문의를 육성하고 있다. —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가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드라마 속 중증외상센터는 정부 지원을 받아 운영된다. 하지만 병원 경영진은 중증외상센터를 적자만 내는 ‘돈 먹는 하마’로 여긴다. 드라마 밖 현실도 다르지 않다. <중증외상센터> 백강혁(주지훈) 교수 같은 외상전문의를 길러오던 고려대구로병원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가 이번달 운영이 중단될 뻔했다. 서울시 지원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다. 현재 국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센터는 고려대구로병원과 길병원, 아주대병원, 의정부성모병원 등 4곳이다. 서울에는 고려대구로병원이 유일하다. 이 센터에서 2014년부터 중증외상 전문의 20여명을 배출했다.
센터장을 맡고 있는 오종건 정형외과 교수를 지난 20일 고려대구로병원에서 만났다. 그는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는 예산이 끊기면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면서 “수련센터가 외상 전문의 수련 기능을 갖춘 중증외상센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식 센터가 되지 않는 한 매년 예산 책정 때마다 마음을 졸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오 센터장은 “중증외상 환자들은 대부분 공사 현장이나 오토바이로 배달하다가 다쳐서 오는 취약계층이 많다”면서 “사회 안전망 강화를 위해서라도 사회적 관심과 국가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외상센터에서 환자 목숨을 구해내는 의학 드라마가 더 이상 ‘판타지’가 되지 않으려면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세금이 쓰여도 된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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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금 삭감으로 존립 위기
서울시 지원으로 고비 넘겼지만
지금처럼 기한 정해진 사업으로는
언제든지 중단될 수 있어 불안
외상센터에 수련프로그램 넣어
수련의 많이 배출하는 게 꿈
대학병원이 수용 가능한 외상센터
서울 동서남북 네 곳은 있어야
이른바 ‘이국종법’ 국회 통과로
권역별 외상센터 들어섰지만
골절 치료할 의사 필수인데
정작 외상 전문의는 없는 실정
중증외상 환자들 취약계층 많아
의학 드라마가 판타지 안 되려면
약자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에
세금이 쓰여도 된다는 합의 필요
말도 안 되는 예산으로 외상센터 기능까지
-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가 위기를 맞은 건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국회에서 복구되지 못하면서인데요.
“지난해 11월쯤 정부 지원금이 삭감된다는 소식을 듣고 많이 우울했어요. 다행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예산이 되살아났지만, 계엄·탄핵 정국에 증액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원점으로 돌아갔죠. 서울시가 지원하겠다고 나서면서 고비를 넘기게 됐습니다.”
- 서울시가 예산 지원에 나서게 된 배경은 뭔가요.
“수련센터의 존재 의미는 외상 전문의 육성뿐 아니라 외상센터로서 기능을 하는 것이었어요. 수련센터로 지정받고, 정말 말도 안 되는 예산으로 외상센터로서의 기능도 해왔거든요. 전국에 권역외상센터들이 세워지면서 ‘예방 가능 외상 사망률’이 떨어지는데, 우리나라 최고 의료기관이 모인 서울은 이 사망률이 높단 말이죠. 그래서 서울시가 시작한 사업이 ‘서울시 중증외상 최종 치료센터’입니다. 올해로 5년째인데, 저희 병원 포함 4곳이 선정됐어요. 이 때문에 서울시하고는 소통이 되고 있었고, 수련센터 상황도 인지하고 있다가 실무팀에서 건의하니까 발빠르게 대응이 된 것이죠.”
- 정치권에선 증액 무산 책임을 두고 공방하고 있습니다.
“저희 병원 수련센터에서만 외상 전문의를 수련하는 건 아니거든요. 외상학회에서 지정한 전국 30여개의 외상 전문의 수련 병원들이 있고, 그곳에서도 수련을 받을 수가 있어요. 문제는 예산이 배정됐는데, 저희 병원 말고는 수련생들이 거의 없었단 점입니다. 그렇다보니 불용 예산이 계속 발생했겠죠. 보건복지부 입장이 곤란해졌을 겁니다. 실적이 없으니까요. ‘외상학 전문인력 양성 사업’ 예산은 실적 부진으로 삭감돼 9억원이 배정된 상태였고, 그중에 저희 병원이 5억원을 받았어요. 그래서 서울시가 복지부 내역 보고 5억원을 지원한 겁니다.”
- 지원이 없으면 수련센터는 폐지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겠군요.
“수련센터에 직원 4명이 있는데 예산이 삭감되면 직원들은 내보내야 합니다. 수련생들은 수련센터가 생기기 이전 방식으로 수련한다고 해도, 다른 외상센터로 보내는 일은 거의 중단될 거라고 봅니다. 사업 중단 통보를 받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원장님도 그렇고 국회에서 도와주시려는 분들도 계셨는데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돼 버린 거예요. 그런데 그분들이 ‘네가 도왔냐’ ‘내가 도와서 이렇게 됐다’는 등 하고 있는데 그러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 정형외과 의사가 중증외상엔 왜 관심을 갖게 됐나요.
“저는 골절을 전공한 사람입니다. 정형외과에서 흔한 질환 중 하나가 골절인데, 골절 전문이 필요하다는 대중의 인식이 없어요. 의사들이 그렇게 만든 것 같기도 해요. 미국, 유럽, 일본만 해도 골절 전문 병원이 있는데 우리는 거의 없어요. 그 이유는 골절 수술이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려서입니다. 정형외과 의사면 누구나 다 하는 거지만, 그걸 업으로 삼고 싶지는 않은 겁니다. 이 말씀을 왜 드리냐 하면 중증외상에 블런트 트라우마(blunt trauma·타박상)가 많거든요. 외부의 강한 충격에 신체가 손상이 되는 건데, 한 사람이 동시에 여러 군데를 다치면 중증외상입니다. 그걸 따로 떼어놓고 보면 결국은 골절이란 말이죠. 이 치료를 잘하는 사람이 있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 수련센터를 열게 된 계기는 뭔가요.
“제자들을 잘 가르쳐서 대학에 보내고 싶은 꿈이 있었어요. 마침 2014년 보건복지부에서 수련센터 사업을 시작한 겁니다. 그전에 정부에서 중증외상 권역외상센터 사업할 때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어요. (2012년 ‘이국종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전국에 권역별 외상센터가 들어서는데 정작 외상 전문의는 없었어요. 이 때문에 복지부가 서울지역 외상 전문의 집중 육성 사업을 하기로 한 겁니다. 늘 외상 전문의를 수련할 곳이 있었으면 했는데 제가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수련센터는 그냥 정부 사업이 아니고 저한테는 자식 같은 겁니다.”
수련센터 시작 후 멤버 3배로 늘어
- 수련센터에 대한 애착이 크신 것 같습니다.
“저희 수련센터에 유일이란 수식어를 붙이는 이유가 실제로 처음에 시작했을 때보다 멤버가 거의 3배로 늘었거든요. 저희 센터는 복지부에서 예산을 지원받아서 훈련해왔기 때문에 수련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어요. 전문의를 취득한 뒤 병원에 남아 세부 전공으로 외상외과를 선택해 세부 전공에 대한 수련을 이어가는 것이죠. 게다가 외상센터에는 골절 치료하는 사람이 꼭 필요합니다. 저희 센터는 정형외과 기반의 외상 전문의를 훈련해서 전국 기관에 보낸 사람이 13명입니다. 어느 병원도 이렇게 한 적이 없어요.”
- 하지만 센터에 들어올 사람이 거의 없다던데요.
“정형외과나 신경외과 등 특정 과목 하나의 전문의를 따기도 힘든데, 중증외상 전문의가 되려면 추가적인 수련이 더 필요합니다. 그런데도 보상은 충분하지 않고, 업무 강도는 높아 지원자가 점점 줄고 있어요.”
- 결국 수가 문제인가요.
“우리나라가 전반적으로 수술에 관한 수가가 원가보다 낮거든요. 그냥 완전 적자죠. 우리 수술은 시간도 길고 며칠씩 입원한단 말이죠. 도무지 수지타산을 맞출 수가 없는 구조예요. 병원 입장에서 외상 수술을 하면 적자가 난다는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에요. 단순히 수가를 올려주는 것만으로는 안 되는 상황이에요. 저희가 전에 외상학회에서 외상 수가를 5배로 올려야 된다고 했는데 5배로 올릴 순 없잖아요. 어떻게 외상 수가만 올리겠어요? 그러니까 센터로 지정하고 그 센터에 대한 특별한 지원이 있어야 합니다.”
드라마와 의료현실 많은 차이
-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혹시 보셨나요. 현실하고는 어떻게 다른가요.
“사태 터지고 1, 2회를 봤습니다. 그중에 골절을 치료하는 정형외과 의사가 ‘바쁜데 내가 왜 해야 되느냐’고 그러던데 속이 상하긴 했죠. 실제로 외상 환자들은 응급실에서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제일 먼저 보거든요. 외상의가 먼저 보는 게 아닙니다.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환자 중증도를 분류하는 트리아지(응급 환자 분류)라는 걸 해요. 초기 처치하면서 인투베이션(기관삽관)은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다 해 놓습니다. 드라마처럼 ‘백강혁’이 하는 게 아닙니다. 그다음에 마취과 도움 없인 외상 치료 못합니다. 드라마에선 마취과 욕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던데 현실은 아닙니다.”
- ‘백강혁’ 같은 천재 의사라면 혼자서도 환자를 살릴 수 있나요.
“처음엔 ‘백강혁’ 같은 의사를 만들고 싶었어요. 제가 정형외과이니, 외과 김남렬 교수하고 함께 제자들을 트레이닝 시키려고 했었죠. 실제로 해보니까 불가능하더라고요. 그래서 생각을 바꿨어요. 혼자가 아닌 팀워크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길러야겠다고 말입니다. 외상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팀 워크입니다.”
- 수련센터가 문 닫는 일이 없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수련센터가 법적 기관이 아니고 예산에 의한 프로그램이거든요. 기한이 정해진 사업으로 운영되는 한 언제든 운영 중단 위기에 처할 수 있죠. 서울시 ‘중증외상 최종 치료센터’도 올해 말이 일몰 예정이라 관심이 사그라들면 그 사업에도 차질이 생길지 모릅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법에 ‘시도지사는 지역 외상센터를 지정할 수 있다’ ‘구체적인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했는데 시행령이 없어요. 그래서 이런 점이 현실적으로 좀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 그렇다면 앞으로 바람은.
“서울의 대학병원들이 수용할 만한 수준의 외상센터가 적어도 동서남북 네 군데는 있어야 해요. 마침 저희 병원이 의지를 가지고 계속 투자를 해 왔으니 앞으로 바람은 권역외상센터처럼 법에 근거한 공식적인 외상센터가 되는 것입니다. 그 외상센터에 수련센터 프로그램을 넣어서 외상센터로서 기능하면서 수련의를 많이 배출하는 게 저희의 꿈과 목표입니다. 서울시도 그렇게 하고 싶어하고, 서울시의회도 초당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어요. 시행령이 생겨서 조례를 만드는 단계까지 갔으면 좋겠습니다.”
- 시민들이 중증외상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뭡니까.
“사회적인 약자들을 보호하는 일이니까요. 암 치료는 기반이 너무 잘돼 있잖아요. 그 이유는 거리에서 청소하시는 분들이나 재벌 총수도 암에 걸리기 때문이에요. 온 사회가 나서서 인프라를 잘 구축했다는 뜻입니다. 중증외상 환자들은 취약계층이 많아요. 대부분 공사 현장에서 일하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하는 분들이 어려움을 겪는 거거든요. 그렇다면 사회가 이런 분들을 위한 안전망 강화를 위해서 세금이 쓰여도 된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요. 지금은 이들을 위해서 돈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논의해야 합니다. 외상의사들이 일이 고되고 한 거는 부차적인 문제죠. 병원 측에서 경영 측면만 따지면 외상하는 분이 한 명도 없는 게 좋다고 해요. 2010년도인가 당시 김우경 원장을 찾아가 외상 김남렬 교수를 채용해달라 그러면서 ‘돈은 안 될 것’이라고 했어요. 김 원장은 ‘대학병원이 어떻게 돈 되는 것만 하느냐’면서 지원해주셨어요. 지금 외상외과가 5명이 됐죠. 외상 측면에서 고려대구로병원은 사회적인 책임을 다했다고 믿습니다.”
전공의 떠난 현장, 몸 갈아넣으며 버텨
- 의·정 갈등이 1년이 넘었는데요. 현재 의료 현장은 어떤가요.
“문제점이 쉽게 안 드러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봐요. 미지근한 물에 개구리를 넣고 서서히 가열하면 온도 변화를 느끼지 못해 결국 죽잖아요. 치료가 제때 안 이루어지고 치료 수준이 저하됐다고 하는데도, ‘앗 뜨거워’ 할 상황이 아니라고 국민들이 느끼는 거죠. 실은 고품질 의료서비스 양이 많이 줄었다고 보면 돼요. 저만 해도 수술의 볼륨이 반으로 줄었어요. 그것도 몸을 갈아넣으면서 버티는 겁니다. 의료진의 피로 누적 등으로 수술받기까지의 시간은 앞으로 더욱 길어질 겁니다. 교수들이 많이 떠났어요. 특히 있었으면 좋을 사람들이요. 올가을에 애(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그다음엔 어떻게 될지 상상이 안 가요.”
- 정부가 의대 증원이 필요한 이유로 제시한 것이 ‘지역·필수의료 강화’입니다.
“필수의료 강화는 응급 질환, 중증 질환, 그다음에 의사들이 힘들어서 안 하고자 하는 기피 질환일 겁니다. 의사들을 아무리 늘려봤자 지역으론 안 갈 거라고 봐요. 지역이 살기 좋아지면 당연히 가겠죠. 의사들이 안 간다고 뭐라 하면서 정치인들은 지역에 왜 안 가는지 묻고 싶어요. 일본도 지방의료 격차를 줄이겠다고 숫자만 늘렸다가 큰 실패를 맛봤습니다. 정부에서 의사들이 가서 일했으면 좋을 곳에 일할 만한 환경을 만들어주면 돼요. 기피하는 힘든 일에 합당한 수가를 지원해주고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소수의 의사들이 그걸 다 하려니까 힘든 거예요.”
- 중증외상은 필수의료 핵심으로 꼽히는데요.
“전국 부모들이 의대에 자식을 보내려고 난리인데, 딸·아들이 고생하면서 소위 말하는 필수의료에 종사하라고 안 하잖아요. 바로 그 필수의료가 우리 사회가 바라보는 의사상이에요. 힘겹게 수련센터 명맥을 이어온 것은, 이 일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한테 펠로를 하기를 원했던 애들은 지금 숫자보다 2배는 더 있어요. 근데 막판에 못해요. 이 일 자체는 좋은데 열악한 업무환경 때문에 숨이 탁 막히는 겁니다. 사회가 의사들이 길을 잘 갈 수 있도록 토닥토닥 해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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