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로 확산된 한류, 한국 쌀이 일본을 두드리다

2025-06-16

한류의 영향력이 음악과 드라마를 넘어 이제는 세계인의 식탁 위까지 뻗어나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수출을 넘어, 인류 보편의 문화인 ‘음식’을 통해 한국의 정체성과 가치를 전하는 상징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일본에 수출된 한국산 쌀은 이 같은 흐름의 대표적인 사례다. 그동안 일본은 쌀 품종과 품질에 있어 세계적으로 가장 까다로운 기준을 고수해온 나라였다. 그런 일본 시장에서 한국 쌀이 단순한 수입 식재료가 아닌 ‘프리미엄 브랜드’로 주목받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농업이 거둔 매우 이례적인 성과이자,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일본이 한국산 쌀에 주목하게 된 배경에는 기후변화와 농업 구조의 변화라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 최근 일본은 폭염과 집중호우, 냉해 등 이상기후로 인해 쌀 수확량이 크게 줄었다. 여기에 고령화와 농촌 인구 감소까지 겹치면서, 쌀 농가의 수 자체가 줄어들고 공급 기반이 약화됐다. 정부는 비축미를 방출하며 시장 안정화를 시도했으나, 결과적으로 쌀값 상승과 소비자 불안을 막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해외 수입쌀을 대안으로 삼기 시작했고, 그 중 한국산 쌀이 유력한 대체재로 떠오른 것이다.

놀라운 점은 일본 소비자들이 한국 쌀을 단순히 대체재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일본 쌀 못지않은 고품질 프리미엄 쌀’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고시히카리 등 자국산 품종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일본 사회에서 매우 이례적인 평가다. 한국의 신동진, 삼광 등의 품종은 이미 국내에서도 우수한 식미로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일본 시장에서까지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는 것은 글로벌 농식품 브랜드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이러한 시장 변화에 발맞춰 정부와 농협도 전략적인 대응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수출 1만 톤 시대’를 목표로 품종 특성화와 국가별 맞춤형 마케팅을 추진 중이다. 특히 일본 시장은 프리미엄 쌀을 중심으로 고부가가치 틈새시장 공략에 주력하며, 단순한 수출을 넘어 브랜드화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 쌀을 그저 싸고 많은 곡물이 아닌, 품질과 문화적 가치를 담은 K-라이스로 포지셔닝하고 있는 것이다.

농협 역시 발 빠르게 움직였다. NH농협무역은 일본 지사인 농협인터내셔널을 통해 전남 해남의 ‘땅끝햇살’ 쌀 2톤을 일본에 수출했고, 이는 도쿄 소재의 한국식품 전문 소매점 ‘한국광장’에서 단 일주일 만에 완판 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 같은 반응에 힘입어 농협은 추가로 20톤을 수출할 계획이며, 이는 1990년 이후 35년 만의 최대 수출 물량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이와 함께 전북농협도 2024년 미국, 캐나다 등에 1,281t을 수출 하였으며, 올 해에도 전 세계를 대상으로 우리 쌀의 우수성을 전파하고자 다양한 수출 방법 등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 수출 사례는 단순한 성공담 그 이상이다. 한국 농업이 수출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현실적인 모델을 제시한 것이며, 더 나아가 한국의 식문화가 글로벌 식탁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제 한국 쌀은 일본의 위기 상황을 해결하는 대안에서 더 나아가, 세계인의 프리미엄 선택지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

한류는 더 이상 콘텐츠만의 영역이 아니다. 밥 한 공기 속에 담긴 품질, 정성, 문화가 세계인의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한국 쌀이 세계 식탁을 바꾸고 있다. 그리고 그 첫 장을 일본이라는 까다로운 시장에서 써내려가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 농업이 세계를 향해 도약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우리 농업을 대표하는 쌀이 전 세계인의 식탁이 올라 많은 사랑을 받을 거라 확신한다.

이정환 전북농협 총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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