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이하 루브르)의 최고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회화 '모나리자'가 앞으로 전용 전시실에 설치될 예정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루브르 내 모나리자 앞에서 '루브르, 새 르네상스'를 주제로 박물관 보수·현대화 계획을 발표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루브르는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가장 아름답고 가장 큰 박물관"이라며 "우리는 그에 맞춰 생각을 크게 할 필요가 있다. 루브르를 지금 현실에 맞게 확장하고 재단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발표한 새 루브르 계획은 다음과 같다. 우선 박물관 가장 동쪽 센강 가까운 방향으로 새로운 대형 출입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1989년 개통된 현재의 피라미드 입구는 연간 400만 명의 방문객을 맞이하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지금은 매년 900만 명 가까운 관람객이 찾고 있어 '과밀화'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돼왔다.
또 루브르에서 관람객이 가장 많이 찾는 작품인 모나리자는 전용 공간을 마련해 전시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관람객들이 메인 박물관에 들어가지 않고 별도 입장권을 가지고 '모나리자'만 볼 수 있게 된다.
이밖에 박물관 주변의 노후화된 인프라를 정비하고, 박물관 지하에 새로운 전시와 안내 공간, 방문객 서비스 공간도 추가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올해 연말까지 국제 건축 공모전을 통해 설계안을 확정하고, 아무리 늦어도 2031년까지 복원·현대화 작업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연간 방문 1200만명 목표"
마크롱 대통령은 이어 "루브르 박물관은 재설계되고 복원돼 세계 예술사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연간 1200만 명 방문객을 맞이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계획을 대통령이 직접 나서 루브르를 찾아 모나리자 작품 앞에서 발표했다는 점이다. 루브르가 단순히 파리를 대표하는 관광명소가 아니라 프랑스 문화의 상징이자 프랑스 '소프트 파워'를 대표하는 기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 의미가 절대 작지 않아 보인다.
NYT는 이에 대해 "마크롱 대통령의 새 루브르 계획은 현재 프랑스가 정치적 혼란에 직면해 있고 공공 재정을 극도로 긴축하고 있는 미묘한 시기에 발표됐다"고 전했다. 이어 일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국내적으로 위상이 약해진 마크롱 대통령이 루브르 박물관에 자신의 흔적을 남겨 자신의 유산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루브르 박물관이 실제로 문제가 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며 다른 관점에서 우려를 표했다. 모나리자를 격리된 특별 전시실로 옮기는 것은 "오히려 고급 예술을 대중 문화로자리잡게 한 루브르의 생태계를 손상시킨다는 것"이다. 방문객이 모나리자를 보기까지 박물관의 다른 전시실을 통과하며 풍부한 유산을 접할 기회를 차단한다는 점에서다.
지난 몇 년 동안 모나리자의 관람 환경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었다. 루브르 방문객의 약 80%는 모나리자를 보러 오는 것으로 추정되며, 모나리자 관람객을 통제하는 게 루브르의 큰 골칫거리였다. 앞서 로랑스 데 카르 루브르 박물관장은 이달 초 라시다 다티 문화장관에게 보낸 문건을 통해 "루브르가 노후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며 리노베이션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외신들은 루브르 현대화 작업에 대략 4억 유로(약 6천억원)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비용을 일부 부담하기 위해 루브르는 내년부터 비유럽연합 국가 방문객들의 입장료(현재 22유로·약 3만3000원)도 더 올릴 예정이다.
NYT는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유리와 강철 피라미드 앞에서 첫 임기 당선 연설을 했다"며 "그는 루브르에서 대통령직을 시작했고, 루브르에서 대통령직을 끝내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이어 1980년대 현재의 피라미드 건축물을 의뢰한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처럼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 자부심의 원천인 루브르를 통해 "역사책에 이미지를 남기기 위해 작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