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 좋은 일은 지금까지 충분했다
지난 10회에 이어 ‘곱게 늙자’의 행동강령을 마저 소개한다.
둘째, 겁먹지 말자.
나는 건강검진을 대학병원에서 줄곧 받아 왔다. 한 번에 100만원이 넘게 들었다. 그러다 재작년에는 쉬었다. 작년에도 쉴까 하다가 국가무료검진제도를 알게 돼 연말에 공짜로 받았다. 검진 항목은 대폭 줄었지만 기본적인 건강 체크는 다 해주는 검사였다. 여기에 항목에 없는 검사인 폐CT만 돈을 내고 추가했다.
오랫동안 담배를 피웠기 때문에 나의 아킬레스건은 허파다. 그런데 오른쪽 허파 하단부에 2cm가 넘는 뭔가가 발견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전에도 작은 결절이나 기종은 있었지만 이렇게 큰 것은 처음이었다. 의사는 (악성종양이 아니라) 염증일 가능성이 높다고는 하면서도 추적관찰이 필요하니 3개월 뒤에 다시 찍어보자고 했다. 그 석 달 동안 많은 생각이 오갔다. 나는 무려 40년 동안이나 담배를 피운 전력이 있는 사람이다. 그러니 어디 억울하다고 호소할 처지도 못된다. 석 달이 지나 확인해 보니 다행히 크기 변화가 없었고, 6개월 뒤 다시 오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게 지난 주의 일이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죽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됐다.
‘언제 무슨 일이 닥치더라도 겁먹지 말자.’
이렇게 결심하려고 하니 죽음도 준비가 필요한 것 같았다. 언젠가 『명사들의 유언』이라는 책에서 본 톨스토이의 말이 생각난다.
이 준비가 어떤 행위를 미리 하라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아마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예고없이 찾아올 수도 있기에 언제 맞게 되더라도 당황하지 말라는 당부 같은 것 말이다.
『인형의 집』의 작가 헨리크 요한 입센은 “반대합니다. 완전히 반대한다고요”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죽음을 누가 찬성하겠는가? 너무나 솔직한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나 위로는 되지 않는다. 오히려 “부탁이야 울지 마. 난 이제 집에 가는 거라고”라고 말한 빈센트 반 고흐의 유언이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