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어프리 공공디자인에서 인권을 찾다]⑥장애인·비장애인 모두가 함께, 독일 마부르크(Marburg)

2024-11-18

독일 마부르크, 장애인 사회생활 참여 높아질수록 사회적 장벽 제거

마부르크 시에서 운행중인 24개 노선 시내버스 2016년 100% 저상화

현재 버스 내부 손잡이 개선 등 시각장애인을 위한 배리어프리 정책 펼쳐

1970년 마부르크 거주 장애인 정치적 활동 추진, 사회활동 참여 제약 없애

시각장애인 역량강화 교육기관 '블리스타' 장애인·비장애인 공존 문화 형성

독일 중부 헤센주에 위치한 마부르크(Marburg)에서는 시각장애인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에서 대기하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교통편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안내 방송이 나오지 않더라도 문제될 건 없다. 버스가 멈춰서면 시각장애인과 버스기사는 자연스레 소통한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중요치 않다. 충분히 의사소통 할 수 있도록 버스기사와 승객들은 기다린다. 인구 약 8만 명이 거주하는 마부르크 시에서는 기다리는 일이 일상화되어 있다. 이와 함께 시각장애인 유도 블록, 자동문, 점자 안내판과 음성안내 등 사회적 장벽을 낮추기 위한 세심한 배려들이 도시 곳곳에 깃들어져있다.

△장애인들의 사회생활 참여가 장벽을 허문다.

독일 마부르크 시는 장애인들이 사회생활에 많이 참여할수록 더 많은 장벽이 허물어진다는 기본 원칙으로 바탕으로 접근성과 포용성을 높이는 사업들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시에서는 △장애인 운송 서비스 △장애인 자문위원회 △위르겐 마르쿠스상 등 영역을 3가지로 구분해 장애인들의 동등한 사회생활 참여를 보장한다. 특히 1997년 출범한 장애인 자문위원회는 다양한 장애물을 제거하고 장애인의 입장과 이익을 주장‧대변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위르겐 마르쿠스상(Jurgen Markus Prize)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장애가 있는 사람과 비장애인의 참여와 포용을 창의적으로 장려하고 기존 장벽을 무너뜨리자는 의미로 제정됐다. 상금 최대 20000유로(한화 약 300만원)가 주어지며, 이를 통해 장애인의 접근성과 포용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삶의 모든 영역에서 장애인의 완전한 참여를 향상시킨다. 

△‘이동권’은 대중교통의 핵심…완전한 배리어프리 실천

독일은 2022년까지 대중교통의 완전한 배리어프리를 구현하겠다고 선포했다. 마부르크는 대중교통의 완전한 배리어프리계획을 정부 계획보다 2년 앞당긴 2020년까지 실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마부르크에서 운행하고 있는 24개 노선의 시내버스는 지난 2016년 100% 저상화를 이뤄냈다. 이에 따라 출퇴근 시간대 휠체어 장애인도 버스 탑승이 가능하다. 휠체어 승‧하차로 버스 출발이 지체되더라도, 버스기사와 승객들은 재촉하지 않는다. 그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마부르크 시민들은 그들의 이동권을 보장한다.

현재 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배리어프리 완성에 초점을 맞춰 관련 정책을 펼치고 있다. 마부르크 시에서 운영하는 시내버스의 차종이 각기 달라 차내에 위치하고 있는 손잡이가 다르다. 시는 이 같은 차이가 시각장애인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차내 손잡이 위치를 통일하는 대중교통 배리어프리를 전개하고 있다.

마부르크 시 사회복지 담당자 헨리(Henry)는 “마르부르크 시의 장애 지원 서비스는 장애인은 물론 가족과 보호자를 위한 정책을 기본으로 한다”며 “장애인 교통 서비스 제공을 최우선에 두고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부르크 시는 모든 장애인을 위한 대중교통의 완전한 배리어프리 구현에 노력하고 있다.

△연대의 힘으로 허문 사회적 장벽

마부르크가 장벽 없는 도시로 일찍 발 돋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장애인들의 집단적 움직임이 활발했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1970년대 마부르크에 거주하던 장애인들은 정치적 활동을 추진했고, 이를 위해 연대했다. 사회 활동 참여를 보장하는 이들의 움직임은 일찍이 정치적 합의를 이뤄내며 사회활동 참여 제약을 완전히 제거하는 긍정적 효과로 나타났다.

마부크르에 자리하고 있는 블리스타(blista)의 영향도 크다. 블리스타는 시각장애인 역량 강화를 위해 마부르크에 설립된 센터다.  1차 세계대전 당시 파편과 독가스로 눈이 먼 군인들을 돕기 위해 사시 연구가 비엘쇼프스키(1871~1940)가 시작한 의료 진료소가 오늘날 시각 장애인에게 삶과 직업을 가르치는 교육 기관으로 진화했다. 어린이집부터 초등학교, 중등학교가 블리스타 캠퍼스 내에 위치하고 있으며 장애 ‧ 비장애인 학생 모두 센터에서 교육 받을 수 있다.  현재는 노화로 인해 시력 저하를 호소하는 노인을 대상으로 직업 교육도 진행한다. 이외에도 시각장애인의 독서권 보장을 위한 점자 잡지 및 오디오 잡지를 제작 배포하고 있다. 이러한 블리스타의 교육과 활동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공존할 수 있는 문화를 형성해 진정한 배리어프리(barrier-free)를 보여주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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