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장악 시도 규탄"... 민주당, 진보당 의원들이 나선 이유

2024-09-20

민주당 김태선, 진보당 윤종오 의원 기자회견

고러아연 노조도 회견 동참... "기업사냥 막아야"

사모펀드 MBK의 과거 행적 인용... "기간산업 보호"

영풍-고려아연 경영권 갈등 새국면... 정치권도 주시

기업에 비판적인 야당, 노조 연대... "경영권 방어" 호소

"고려아연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초우량 기업입니다. MBK의 인수합병(M&A) 시도는 대한민국 경제를 흔드는 행위가 될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선(울산 동구) 의원, 19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경영권 장악을 시도하면서, 세계 1위 품질을 자랑하는 한국의 비철금속 제련 핵심 기술과 공정 노하우를 투기자본으로부터 지켜내야 한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이 국회에서 열렸다. 특히 그 동안 기업 경영에 다소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던 야당 의원들이 노조와 함께 앞장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 이채롭다.

19일 오후 민주당 김태선 의원, 진보당 윤종오 원내대표(울산 북구)는 고려아연 노조와 함께 국회에서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시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태선 의원은 "MBK는 계산기를 두드리며 고려아연 노동자들과 가족의 삶을 짓밟을 것이 자명하다"며 "(이번 사태는) 울산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과거 MBK는 ING생명을 인수한 뒤 신한금융지주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2조원 이상의 차익을 냈음에도 수백명을 구조조정하고 역외 탈세를 일삼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홈플러스 인수 후에도 일방적인 점포 축소와 구조조정으로 심각한 사회적 갈등과 논란을 낳았다"고 부연했다.

윤종오 의원은 "이번 인수합병 시도는 대한민국과 울산 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문제"라며 국가 기간산업 보호 차원에서 사안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려아연은 국내 비철금속 제련 기술을 세계 1위로 끌어올린 국가 핵심 산업의 중추이자, 이차전지 핵심 소재를 주로 생산하는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달 12일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 및 그 특수관계인(장형진 영풍 고문)과의 주주 간 계약을 통해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기로 합의했다. 이튿날에는 '경영권 강화 목적'으로 다음 달 4일까지, 고려아연 지분 최대 14.6%를 공개 매수하겠다고 밝혔다. 영풍과 MBK파트너스 사이 협약에는, 영풍 측이 '보유 지분 절반+1주'를 MBK파트너스에 매각하는 콜옵션(주식 매도 청구권)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율은 이 회사 오너인 최윤범 회장 측(우호 지분 포함) 33.99%, 영풍 장형진 고문 측 약 33.13%이다. 표면상 고려아연은 영풍그룹의 계열사이나 사실상 독립 경영을 하고 있다. 두 기업은 창업자들 사이의 신의를 바탕으로 70년 넘게 우호적 동업관계를 유지했다. 영풍이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 고려아연은 영풍의 주요 주주로 상호 출자 관계를 유지해 왔다.

지난해 기준 고려아연은 연간 아연 64만톤, 연(납) 43만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조사기관 우드 매켄지(Wood Mackenzie)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아연 8.4%, 연 9.3% 등이다. 계열사 캠코를 통해 고순도 니켈 제련 사업에도 진출했다. 최윤범 회장 취임 이후에는 리튬이차전지 양극재 제조, 풍력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폐자원 재활용, 수소 플랫폼 등 기존 제련 부문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사업 진출에 적극적이다.

70년 넘게 이어지던 영풍-고려아연의 동업관계는 최근들어 틀어졌다. 2022년 고려아연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면서 갈등이 표면화됐다. 최대 주주인 영풍은 이에 반대하며 경영권 강화에 나섰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을 통해 현대차그룹 등의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위법을 저질렀다"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양 측은 올해 초 주주총회를 앞두고 서로 상반된 안건을 상정하면서 대립했다. 주총 표대결로 촉발된 경영권 다툼은 법정 공방으로 번지면서 악화됐다. 더 심각한 문제는 사모펀드의 개입이다.

MBK파트너스는 2005년 설립된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 중 한 곳이다. 사모펀드 특성상 특정 기업이나 사업부를 저렴하게 인수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거친 뒤, 비싼 값에 되팔아 이익을 챙기곤 한다. 이 과정에서 근로자의 대량 해고와 무리한 점포 폐쇄 등 사회적 논란을 빚기도 했다.

MBK파트너스는 2013년 ING생명(현 신한생명) 주식 4850만주(지분율 59.15%)를 1조8400억원에 인수했다. 5년 뒤인 2018년, 약 2조3000억원을 받고 신한금융지주에 ING생명 지분을 넘겼다. 2015년에는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당시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명의로 5조원을 대출받아 인수 자금을 충당했다. 이후 채무이행 과정에서 점포 20여 곳을 정리한 것으로 추정된다. MBK파트너스는 2020년 홈플러스 지분 매각을 시도했으나 무산됐고, 현재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부문 분할 매각을 시도 중이다.

영풍과 손잡은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해임을 추진할 전망이다. 이미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은 법원에 '고려아연 자기 주식 취득 금지 및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와 동시에 고려아연 지분 1.58%를 보유 중인 영풍정밀 경영권 확보를 위한 공개 매수도 진행 중이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고려아연이 가장 적은 자금으로 지분 격차를 방어할 수 있는 곳은 영풍정밀이라고 진단했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다. 장 연구원은 “(어느 쪽이 경영권을 가져가든) 1.85%의 2배인 3.7%(약 5096억원)에 해당하는 지분 격차를 점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이사회 진입과 현 이사 중 한 명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해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개 매수를 통해 의결권 53%(영풍 현 지분 33.13%)를 확보한 뒤, 이사회에 들어가 경영권을 차지하겠다는 구상이다. 고려아연은 정관상 이사 수 제한이 없다.

고려아연은 영풍-MBK파트너스 측의 이번 공개 매수를 "약탈적 인수합병"이라고 정의내리고 거세게 반발했다. 재계 관계자들에 대한 교차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경영권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현대차와 LG화학, 한화 등의 기업 경영진과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한 교섭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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