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중세 유럽 흑사병 대유행, 화산분출-기후변화에서 시작됐다"

2025-12-05

英·獨 연구팀 "농업 실패→흑해 지역 식량 수입 증가→페스트균 유럽 유입"

14세기 중반 유럽에서 수천만 명의 사망과 인구·경제·정치·문화·종교적 변화를 초래한 흑사병 대유행(Black Death)은 화산 분출로 인한 기후변화에서 시작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독일 라이프치히 소재 라이프니트 동유럽역사문화연구소(GWZO) 연구팀은 5일 과학 저널 커뮤니케이션스 지구 & 환경(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서 나이테에 저장된 정보를 이용해 과거 기후를 재구성하고 이를 문헌 증거와 결합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1345년께 발생한 화산 분출로 수년간 기온이 떨어지는 화산 겨울이 이어져 지중해 전역의 농업이 실패했다며 이후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이 흑해 주변 곡물을 대량 수입하면서 흑사병 원인균이 유입돼 대유행 발판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흑사병은 인류 역사상 최대 재난 중 하나로 1347년부터 1353년 사이 유럽 전역에서 수백만 명이 목숨을 앗아갔고 유럽 일부 지역 치명률은 60%에 달했다.

연구팀은 흑사병은 중앙아시아 야생 설치류에서 기원한 페스트균(Yersinia pestis)에 의해 발생했며 흑해 지역을 거쳐 유럽에 유입됐다고 알려져 있지만, 흑사병이 왜 유럽 역사의 바로 그 시기에 그 장소에서 시작됐는지, 왜 그렇게 빨라 퍼졌고, 치명적이었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케이브리지대 울프 뷘트겐 교수는 나이테에 저장된 정보를 이용해 과거 기후 변동을 재구성하는 연구를 하는 라이프니츠 동유럽역사문화연구소 마르틴 바우흐 박사와 함께 스페인 피레네산맥 고목의 나무 나이테에 기록된 정보로 화산 분출 시점을 추정하고, 이를 문헌 증거와 결합해 인간과 기후 간 관계를 재해석했다.

피레네산맥의 고목에서는 1345~1347년 연속으로 차갑고 습한 여름에 형성되는 나이테 '블루 링'(Blue Rings)이 발견됐다. 이는 당시 화산에서 분출된 화산재와 가스로 대기가 흐려져 이례적으로 냉랭한 여름이 연속됐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또 같은 시기 문헌에는 비정상적으로 흐린 날씨와 어두운 월식 현상 등에 대한 기록이 있다며 이것 또한 화산활동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산 분출로 인한 기후 악화는 지중해 전역의 농업 흉작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기근에 직면한 베네치아·제노바·피사 등 이탈리아 해양 공국들은 1347년 흑해로 이어지는 아조프해 주변 몽골계 킵차크 칸국(Golden Horde)으로부터 곡물 대량 수입에 나선다.

연구팀은 화산 분출과 기후변화로 활성화된 이 장거리 교역은 기근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됐지만 식량과 함께 흑사병을 일으키는 페스트균까지 실어 나르며 유럽에서 페스트 대유행의 첫번째이자 가장 치명적인 파동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이어 14세기 지중해 항구에 곡물선과 함께 설치류에 기생하는 페스트균에 감염된 벼룩이 도착하자 페스트균은 설치류에서 인간으로 뛰어넘었고, 흑사병은 유럽 전역으로 확산하며 대재앙을 일으켰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또 중세 흑사병 대유행은 1345년 이후 화산 분출과 그로 인한 기후변화, 농업, 사회경제적 요인이 결합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에 의해 촉발됐다는 점에서 세계화가 초래한 첫 팬데믹 사례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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