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자살률은 전년보다 6.6% 올라 2011년(31.7명)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198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로 자살이 암을 제치고 처음으로 40대의 사망원인 1위가 되면서 충격을 줬다. 문제는 최근 몇 년 새 자살률이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는 점이다.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로 규정되는 자살률은 2022년엔 10만명당 25.2명, 2023년엔 27.3명, 2024년엔 29.1명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 이유가 뭘까.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별 자살률 자료를 보면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한국이 24.1명으로 가장 높았다. 리투아니아, 슬로베니아, 일본, 벨기에, 헝가리, 미국, 에스토니아, 핀란드도 OECD 평균인 10.7명을 웃돌며 상위 10개국에 포함됐다.
그중에서도 한국과 일본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0대 사망원인 2위가 자살에 오르는 등 중장년층의 자살 위험이 높은 국가다.
OECD 회원국 중 자살률이 높은 상위 10개국을 분석한 결과, 한국과 일본 모두 최근 5년 동안 40~50대 사망원인 3위 안에 자살이 포함됐다.
한국과 일본을 비교하면 한국이 더 중년의 극단적 선택 위기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국은 전체 40대 사망원인에서 자살이 2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50대도 12.2%로 두 번째로 많았다.
반면 일본은 40대 초반(40∼44세)에서는 사망원인 1위인 암(27%)과 2위인 자살(22.3%)로 1, 2위의 비중 차가 크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은 자살이 사망 원인에 포함되더라도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한국의 중년층 자살 위기는 언제부터 심각해졌을까.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83년 이후 40대 사망 원인을 분석한 결과, 자살이 원인 상위권에 오른 시점은 2000년대 초반이다. 2002년 처음 사망 원인 3위에 오른 뒤 2005년부터는 줄곧 2위를 유지하다 지난해 1위가 됐다.
이런 현상의 배경은 뭘까. 우선 경제 위기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요한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팀이 2013년부터 2020년까지 국내 자살 사망자 약 10만 명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22.5%는 경제적·직업적 문제 등 사회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자살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 위기가 전 연령으로 확산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사회조사연구소가 2017년 발표한 '한국사회 자살 통계에 대한 장기 추세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정치·경제적 불안시기에 극단적 선택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1960~1970년대 정치 격변기에 자살률이 크게 상승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의 영향을 받은 1998년 이후 또 다시 자살률이 급증했다.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이 늘었다.
특히 1960~70년대에는 젊은 층,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중장년층의 자살률이 높아졌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서는 고령 자살이 심각해지는 등 자살 위기가 모든 연령으로 확대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해당 논문은 “한국의 자살률은 정치적 불안정과 경제 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징을 보인다”며 “일본과 비교해도 한국의 자살률은 변화 폭이 크고 경제 상황에 민감하게 변동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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