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쓰오일이 대규모 정유화학 건설 사업 '샤인 프로젝트'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차입금이 쌓이고 현금창출력이 약화되자 최대주주인 모회사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에너지 기업 아람코에 대한 자금 의존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10일 에쓰오일 IR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샤힌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자본적 지출(CAPEX)은 3조4870억원으로, 전체(4조510억원)의 약 86.1%를 차지했다. 올해 하반기 샤힌 프로젝트에 집행될 예정인 자금은 1조9860억원, 내년 완공을 앞두고는 1조513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에쓰오일은 지난 2022년 11월 샤힌 프로젝트에 총 9조2580억원을 투자하기로 계획했다. 샤힌 프로젝트는 울산 최대 규모 석유화학 신설 사업으로, 외국기업 아람코와 협력해 추진하는 국내 사상 최대 규모 투자다. 현재까지 집행된 자금은 ▲2022년 1870억원 ▲2023년 1조4640억원 ▲2024년 2조6070억원 ▲2025년 상반기 1조5010억원으로 5조원을 넘겼다.
자금창출력의 근간은 아람코다. 아람코는 작년 장기차입금 6억달러(약 8300억원)와 한도대출 5억38000만달러(약 7400억원)를 체결해 약 1조5000억원 이상을 지원했다. 이는 당초 밝힌 자금확보 계획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당시 에쓰오일은 투자금을 영업활동현금흐름을 통한 내부 조달(71%)과 최대주주 및 회사채 발행, 차입금 등 외부 조달(29%)로 마련한다고 밝혔다.
다만 프로젝트 가동 후 에쓰오일의 재무 부담은 매년 높아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에쓰오일의 순차입금은 6조6240억원, 자기자본대비 순차입금 비율은 77.2%에 달했다. 이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듬해인 2023년 순차입금(3조8620억원)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준이다.
반면 현금창출력은 악화 추세다. 에쓰오일의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올해 상반기 1990억원에 그쳤다. 투자 집행 당시인 2022년 EBITDA(3조4370억원)와 비교하면 3년이 채 안 되는 사이 94.2% 급감했다. 기업이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3년 2조5257억원 ▲2024년 1조4676억원 ▲2025년 상반기 1조1940억원으로 감소세다.
올해 상반기 현금성자산은 1조5508억원이다. 이는 하반기 집행 예정인 CAPEX 총액(2조3820억원)에 못 미치는 액수다. 앞서 에스오일은 6월 회사채 발행을 통해 4000억원을 조달했고, 이 중 3200억원을 샤힌 프로젝트에 투입하기로 밝히며 재원 마련에 나선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아람코가 에쓰오일의 자금운용 과정을 간접 지원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아람코에 대한 매입채무 상환을 늦춰 부채를 현금으로 활용하도록 유동성을 확보해주는 그림이다. 매입채무는 거래처에서 상품·원재료 등을 공급받고 아직 지급하지 못한 빚, 일종의 외상이다.
실제 에쓰오일의 올 상반기 매입채무는 5조7918억원으로, 1년 반 전인 2023년 말(3조9895억원) 대비 45.2% 증가했다. 이 기간 전체 매입채무 중 아람코의 비중은 90%에 달했다.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는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 하반기 중 시운전을 통해 상업가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설비 가동이 시작되면 에쓰오일은 연간 약 320만 톤(t)의 석유화학 제품을 추가로 생산, 전체 석유화학 제품 생산 비중은 기존 12%에서 25%로 증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