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훼류 관심 높아져 소비 확대로 이어졌으면”…반려식물클리닉센터 가보니

2025-06-29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루 최대 6명이 인터넷 예약을 통해 이용할 수 있습니다. 비용은 전액 무료고요.”

19일 오후 1시 서울시 종로구 무악동에 있는 ‘종로구 반려식물클리닉센터’. 전면이 유리로 뒤덮여 작은 온실같이 생긴 지상 2층 건물 내부는 세련된 교육장처럼 깔끔했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환자’인 ‘상록넉줄(후마타) 고사리’ 화분을 들고 내원한 박보람씨(38)가 근심 어린 얼굴로 앉아 있었다.

반려식물클리닉센터 직원 윤신혜씨(57)는 박씨에게 문진표 작성부터 요청했다. 박씨는 “1년 정도 소중히 키웠는데 어느 순간부터 성장을 멈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식물보호기사·원예치료사·복지원예사·도시농업관리사 등 자격증을 보유한 식물 전문가 윤씨가 후마타 고사리를 화분에서 꺼냈다. 뿌리가 이끼볼(철사 등으로 틀을 만들어 그 안에 흙과 식물체를 넣고 이끼로 가장자리를 덮은 것)에 가득 차 있었다. 그는 “후마타 고사리는 비늘줄기가 뻗어나가야 하는데 이끼볼 안에 있다보니 잘 자라지 못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윤씨가 이끼볼 겉에 붙은 이끼를 뜯어내자 철사에 감긴 뿌리가 드러났다. 윤씨는 전지가위를 들고 거침없이 철사들을 끊어냈다. 뿌리에 남은 흙을 털어낸 뒤 상토·펄라이트 등을 섞은 새 흙이 담긴 화분에 식물체를 다시 심었다.

박씨는 “뿌리에 감긴 철사를 제거하는 모습을 보고 혼자서는 절대 못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이곳에 오기 전 몇몇 화원에 방문했지만 분갈이 방법을 알려주지 않아 어찌할 방도가 없었는데 이렇게 바로 해결돼서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서울시는 2023년 반려식물병원 1곳과 반려식물클리닉센터 4곳을 일부 자치구에 뒀다. 종로구 반려식물클리닉센터는 이때 들어섰다. 윤씨는 “평소 하루 평균 1∼2명 방문하는데 봄·연말엔 4∼5명씩 방문하기도 한다”며 “재방문율은 30%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방문객 연령대는 20∼60대로 다양해 반려식물 인구가 젊은층으로도 넓어진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블로그를 비롯한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반려식물클리닉센터에 대한 이용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와 올해 반려식물클리닉센터를 5곳씩 10곳 추가 개원했다. 서울시 자치구 25곳 중 센터가 들어선 곳은 6월 기준 14곳에 이른다. 진단·처방 건수는 지난해 기준 1만4000여건이다.

반려식물클리닉센터가 이른바 ‘식집사(식물 집사의 줄임말로 식물을 키우며 돌보는 사람들을 뜻하는 신조어)’들의 핫플(명소)이 되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개원 바람이 일고 있다. 2023년 부산 기장군, 2024년 경기 고양시, 올해엔 충남 당진시가 비슷한 사업을 시작했다.

이인선 서울시 농업지원팀 사무관은 “농촌진흥청 조사 결과 국내 반려식물 인구는 2024년 9월 기준 1745만명, 반려식물 산업규모는 2조 4214억원으로 추산될 만큼 반려식물 키우기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했다”고 전했다. 임육택 한국화훼협회장은 “반려식물클리닉센터가 화훼류에 관한 소비자 관심을 불러일으켜 소비 확대로 이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진수 기자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