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온두라스 대선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찍으라고 영향력을 행사한 것도 모자라, 개표 부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주장까지 펼쳤다. 전문가들은 “미국은 지난 수십 년 간 전 세계 선거에 은밀히 개입해 왔다”며 “그러나 트럼프만큼 뻔뻔하고 노골적으로 개입한 대통령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온두라스가 대선 결과를 바꾸려 하는 것 같다. (나스리) 티토 아스푸라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던 순간에 개표가 중단됐다”며 “만약 그렇게 되면 (온두라스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온두라스 국민은 우파 성향 국민당 후보인 아스푸라를 뽑길 바란다는 글을 올리면서 “그는 자유의 진정한, 유일한 친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약 밀매 유죄로 45년 형을 받고 미국에서 복역 중인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전 온두라스 대통령(57)을 사면한다고 밝혔다.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아스푸라 후보와 같은 정당 출신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선언 이후 아스푸라 후보가 1위를 달리고 있던 살바도르 나스랄라 후보를 따라잡는 데 성공했다고 지적했다. 개표율 57% 현재 아스푸라 후보는 나스랄라 후보를 불과 수백 표 차이로 앞서고 있다.
워낙 격차가 작아 언제 역전극이 일어나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상황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함에 따라 아스푸라 후보가 패배할 경우 선거 결과 불복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온두라스 선거관리위원회는 개표 중단에 대해 시스템이 다운되는 바람에 집계가 잠시 중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다른 나라 선거 개입 사례는 온두라스만이 아니다. 지난 10월 열린 아르헨티나 총선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정치적 수세에 몰리자, 트럼프 대통령은 밀레이 대통령의 정당인 자유전진당이 승리하지 않으면 약속했던 구제금융 200억달러를 집행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 결과 자유전진당은 극적인 반전을 이뤄내는 데 성공했다.
지난 6월 폴란드 대선에서는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유럽 지도자들은 나약하다”며 당시 극우정당 후보였던 카롤 나브로츠키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대선 기간에 나브로츠키를 백악관에 초청하며 힘을 실었다. 또 J D 밴스 부통령은 독일 총선을 앞두고 극우 독일대안당(AfD) 알리스 바이델 공동대표와 회동해 힘을 보탰다.
사실 미국의 해외 선거 개입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정치학자 도브 레빈은 2021년 저서에서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80차례 이상 해외 선거에 개입해왔다고 분석한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과거에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은밀한 공작에 의한 것이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아예 대놓고 ‘내 친구’를 찍으라고 말한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지적한다.
토머스 캐러더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연구원은 “냉전 시대에는 지정학적 이유로 특정 후보를 미국이 은밀히 지원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돕고 싶은 친구가 세상에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과거와 달리 전략적 차원이 아니라, 사적인 동기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다.
외교관계위원회의 라틴아메리카 연구원인 윌 프리먼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개입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세력을 얻고 있는 우경화 추세를 강화하려는 지속적인 시도”라고 AFP통신에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베네수엘라에서는 좌파 지도자 니콜라스 마두로를 제거하기 위해 군사력 사용을 저울질하고 있다.
캐러더스는 “유럽 지도자들 상당수는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다음 선거에서 패하기를 바라고 있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처럼 행동하진 않을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선거 개입 전술을 쓰고 있는 국가는 “러시아 정도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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