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당시 관제탑·기장 통신기록 남아있어
블랙박스 작동 안해…교신내용 핵심증거
‘피해자 알권리’ 에도 사조위 “조사 영향”

승무원·탑승객 181명 중 179명이 숨진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당시 공항 관제사와 기장이 주고받은 교신기록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사고를 조사 중인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참사 100일이 흘렀지만 유가족에게 교신기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유가족이 조사과정에 참여할 수는 없어도 조사과정을 공유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광주지방변호사회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법률지원단은 “참사 당시 전남 무안국제공항 관제사와 항공기 기장의 교신기록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하기로 했다”고 6일 밝혔다. 유가족을 대리해 활동하고 있는 법률지원단은 참사 100일째인 7일 이같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한다.
지난해 12월29일 오전 무안공항에 착륙하려던 제주항공 여객기는 엔진 이상 등으로 동체착륙을 시도하다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과 충돌한 뒤 폭발했다. 이 참사로 승객과 승무원 179명이 숨졌다.
사조위는 현장에서 수거한 블랙박스를 미국으로 가져가 사고원인을 파악하려 했으나 블랙박스의 비행기록장치(FDR)와 음성기록장치(CVR)의 충돌직전 마지막 4분이 기록되지 않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법률지원단은 관제사와 기장 간에 주고받은 교신기록을 파악하면 기장이 조류충돌 후 착륙을 시도하지 않고 복행(고도를 높여 다시 비행하는 것) 후 동체착륙하게 된 경위를 알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사조위는 법률지원단의 교신기록 공개 요청을 현재 거부한 상태다. 관련법률과 국제민간항공기구 협약에 따라 공개할 수 없고, 조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는 국가인권위원회가 ‘피해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도록 한 ‘재난피해자 권리보호를 위한 인권 가이드라인’에 어긋난다.
사조위는 법률지원단의 공개요청 이후인 지난 5일 유가족협의회 대표단 일부에게 관련 내용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해당 내용은 모든 유가족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법률지원단은 “‘공익의 요청이 중대할 경우 공개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고 다른 나라도 공개한 사례가 많은데 사조위가 유가족 일부에게만 설명한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사고원인을 알고 싶어하는 모든 유족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사조위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관제사와 기장의 통신기록이 녹음 돼 있지만 대중에게 공개하면 갖가지 추측이 나올 수 있고 조사방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유족 알 권리 차원에서 이들에게만 공개하는 방안을 현재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