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호관세 '시한폭탄'] 디지털 무역장벽 '정조준'…플랫폼 규제, 협상 전면에

2025-07-08

미국이 우리나라에 '디지털 무역장벽'을 해소하라고 요구하면서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관세 서한을 보내며 한국을 '최악의 비금전적 규제 부과국'으로 지칭한 것도 부담이다. 정보기술(IT)과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을 둘러싼 압박이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관세 서한을 보내며 “한국의 관세 및 비관세 정책, 무역장벽으로 인해 발생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무역적자 상태에서 이제 벗어나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비관세 정책과 무역장벽은 플랫폼법, 망사용료, 클라우드, 지도 데이터 반출 제한 등 우리 정부와 국회의 디지털 규제를 뜻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 3월에 발표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의 연장선이다. 보고서에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 입법 △해외 콘텐츠 제공업체(CP)에 대한 망 사용료 부과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 제한 △외국산 클라우드 사용 제한 등이 문제점으로 명시됐다.

미국은 관세 협상에서도 구글과 아마존, 넷플릭스 등 자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차별적 요소를 시정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무역 불균형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번 관세 서한을 통해 이를 '문제 의식'이 아닌 실제 '통상 보복'의 범주에 포함시킨 셈이다.

정부도 이런 사안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 정계나 재계에서 디지털 분야 이슈를 굉장히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디지털 규제가 협상 비중을 크게 차지하고 있다'고 언급했었다.

이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로,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은 대형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를 억제하고 입점 업체 보호, 소비자 권익 강화가 목적인데, 미국은 이를 '미국 기업을 차별하는 비관세 장벽'이라고 비판한다.

망 사용료 부과 문제도 통상 이슈로 비화됐다. 국내 통신사들은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CP들이 국내망을 이용하면서도 비용을 내지 않는 점을 문제 삼고 있으나, 미국 측은 '이중 과금'이라며 지적한다.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 제한도 쟁점이다. 미국 측은 해당 규제가 자율주행·AI 관련 기술의 시장 진입을 막는다고 주장한다. 국내에선 '국가 안보 및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반박하나

공공 클라우드 시장 개방 여부도 논란이다. 정부는 일부 공공기관 사업에서 외국계 클라우드의 참여를 제한한다. 미국은 이 역시 차별적 규제라고 본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 클라우드 등이 지속적으로 우려를 전달해온 사안이다.

정부는 8월 1일로 연기된 관세 발효 시점까지 협상 여지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디지털 규제'는 우리 국민의 안전과 소비자 보호, 공정한 경쟁 질서 유지를 위한 정책이라고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통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규제의 취지는 이해되나, 협상력 확보를 위해 일정 수준의 제도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현실론도 제기된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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