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증 환자, 니체도 꿀잠 잤다…‘쪽빛 바다’가 이름인 그곳

2025-08-25

남프랑스 탐구 생활 2회 차 수업을 시작한다. 오늘은 남프랑스 동부 지중해 해변 지역, 즉 코트다쥐르(Cote d’Azur)를 공부한다. 프랑스 광역자치단체 ‘프로방스 알프 코트다쥐르(Provence-Alpes-Cote d’Azur·PACA)’에 속하지만, 정확히 구분하면 프로방스는 아닌 지방. 그러나 한국 여행사가 대표 도시 니스와 칸을 프로방스 일주 상품에 끼워 팔아 꽤 많은 한국인이 프로방스인 줄 아는 지역이다.

코트다쥐르는 ‘부자들의 휴양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그럴 만하다.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제가 열리는 칸, 데이비드 베컴·브래드 피트 같은 지구촌 셀럽의 호화 저택이 즐비한 니스, 항구마다 럭셔리 요트로 가득한 생트로페·앙티브 같은 해변 도시가 줄지어 있어서다. 이들 도시에서는 첫인상부터 부티가 좔좔 흐른다.

그래서일까. 코트다쥐르를 고깝게 보는 시선도 많다. 이를테면 불문학자 김화영은 『행복의 충격』에서 “돈 냄새와 앵글로 색슨 형의 사치를 햇빛 속에 간직한 도시”라고 칸과 니스를 깎아내렸다. 고백하자면 일타강사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내륙 깊숙한 산자락 아래 띄엄띄엄 들어선 산골 마을이 남프랑스의 정수인 줄만 알았다. 글로벌 리조트 체인이 늘어섰고 ‘스타벅스’ 간판이 수시로 출몰하는 지중해 연안 도시는 다국적 관광객은 열광할지 몰라도 고유의 매력은 떨어진다고 여겼다.

그럼에도 코트다쥐르는 가볼 만한 곳, 아니 꼭 가봐야 하는 곳이다. 바라만 봐도 좋은 바다가 있어서다. 저 황홀한 빛깔에 홀려 피카소·마티스 같은 화가가 붓을 들었다. 당신이 오른 갯마을 언덕길이 신경증 환자 니체가 생의 의지를 되찾은 그곳이고, 당신이 거닐었던 산골 마을이 말로만 듣던 ‘샤갈의 마을’이다. 럭셔리 호텔과 초호화 요트가 코트다쥐르의 전부가 아니다.

렌터카로 하나하나 찾아다닌 코트다쥐르의 소도시들을 소개한다. 샐러드에 올릴 토핑 고르듯이 각자 취향에 맞는 도시를 찍어 보시라. 여행은 물론 코트다쥐르의 관문 도시 니스에서 출발한다.

지중해 최고의 겨울 휴양지

1년 중 300일 이상 맑은 하늘

남프랑스의 가장 큰 자랑이자 최고의 관광상품은 다름 아닌 햇볕이다. 남프랑스는 어디를 가나 날씨가 맑다. 똑같은 햇볕도 바닷가에서 훨씬 강렬하게 느껴지는 법. 선글라스 끼지 않고는 올려다볼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하늘빛과 여과 없이 쏟아지는 쨍한 햇볕이 온 시야를 압도한다. 코트다쥐르(Cote d’Azur)는 ‘쪽빛 바다’라는 뜻이다.

근대화가 본격화한 19세기 중반, 코트다쥐르에 영국인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산업혁명으로 돈벼락을 맞은 영국 귀족과 부자가 특히 많았다. 춥고 우울한 겨울에 질린 영국인은 볕 좋은 유럽의 도시들을 찾아다녔다. 이른바 ‘그랜드 투어(Grand Tour)’의 시대, 니스도 그렇게 영국 자본주의에 의해 개발되었다.

니스에 온 영국인은 특별히 하는 게 없었다. 그저 해변을 거닐며 볕만 쐐도 좋았다. 오죽하면 3.5㎞에 이르는 니스 해변이 ‘영국인의 산책로’라는 이름까지 붙었을까. 영국인만이 아니었다. 영국보다 추운 러시아에서도, 옆 나라 이탈리아에서도 관광객이 몰려 왔다. 니스에는 해변 도로가 생겼고 광장이 만들어졌으며 전망대가 올라갔다. 2021년 유네스코는 니스가 “지중해 최고의 겨울 휴양지”라며 구도심과 공공 정원 등을 세계유산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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