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차 ‘노장’들이 버텼다, 넥슨을 지옥에서 구한 그들 [넥슨연구①]

2024-10-14

팩플

🔍넥슨 연구

게임으로 한 해 5조원을 벌 수 있을까요. 전화선을 뽑아 인터넷을 하고 게임은 애들 놀이로만 치부하던 30년 전엔 상상도 못했던 일입니다. 그런데, 그 무렵 오피스텔에서 시작한 게임사가 이걸 현실로 만들고 있습니다. 넥슨입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매각설로 휘청거렸던 넥슨이 지금은 훨훨 날고 있습니다. 한국 게임사에 새겨진 실적 기록을 다 다시 쓸 기세입니다. 지금 팩플이 넥슨의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가늠해보는 이유입니다. 넥슨의 빛은 물론 어둠, 미래까지 함께 담겠습니다. 2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① 지옥에서 날아오르다

② 다시 타오른 불꽃, 생명력은

Today’s Topic

지옥에서 날아오르다

넥슨 연구 ①

“미래를 논의할 때 ‘우리 다시 옛날로 돌아가 생각해 보자’는 말을 한다. 다시 재미라는 본질로 돌아가자는 말이다. 비즈니스모델(BM)에 매몰되면 안된다.” 게임사 넥슨의 미래를 묻는 팩플의 질의에, 이정헌 넥슨 대표가 답한 말이다. 넥슨은 1994년 말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책상 2개로 시작한 회사다. 이후 30년간 세계 게임 역사에 ‘최초’ 기록을 여러 건 새겼고, 한 해 3조 9323억원(지난해 기준)을 버는 굴지의 게임사로 성장했다.

물론, 30년 세월이 빛으로만 채워진 건 아니다. 그만큼 짙은 어둠 역시 견뎌야 했다. 멀리 갈 필요 없이, 5년 전만 해도 깊은 동굴 속과 다름 없었다. 내놓은 게임마다 줄줄이 쓴 맛을 봤고, 모바일 시장 공략에 긴 시간 돈과 노력을 쏟았지만 2019년 한해만 5개 게임을 접어야했다. ‘돈슨’이란 멸칭으로 대표되는 넥슨의 BM에 대한 비판은 절정에 달했고, 회사 경영에 회의를 느낀 고(故) 김정주 창업자가 넥슨을 매각하려 한단 소식이 한해 내내 신문을 장식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5년. 넥슨은 버텼고 지옥에서 살아 돌아왔다. 아니 지옥에서 날아올랐다. 엔데믹 이후 ‘3N’으로 묶였던 엔씨소프트와 넷마블 등 경쟁사와 큰 격차로 매출 차를 벌리며 명실상부, ‘1N’ 시대를 향한 질주를 시작했다. 올해는 국내 게임사 최초로 매출 5조원을 노린다. ‘K게임’ 성공 뒤에 그림자처럼 따라 붙었던 장르 편중성이나 확률형 아이템 등 가혹한 BM에 대한 논란도 조금씩 극복하고 있다. 불과 5년전 사상 최대 위기 속에서 매각 직전까지 내몰렸던 넥슨은 어떻게 살아남았나. 같은 길을 걸었던 경쟁자들과 차이를 만들어 낸 넥슨 만의 ‘킥’은 무엇이었을까.

1. 📈넥슨은 두 날개로 난다

넥슨의 요즘, 이보다 좋을 순 없다. 오래된 게임은 꾸준히 고치면서 광을 내고, 새로 내놓은 게임들은 과거의 ‘넥슨스러움’을 벗어 던진 창의적 작품으로 완성한 덕분이다. 신구 두 날개를 모두 활짝 편 넥슨의 행선지는, 새로운 장르와 글로벌 시장이다.

① 일단 잘 번다

잘하던 게임, 더 잘하고: 코로나 호황이 끝난 한국 게임계. 모두 위기를 맞았지만 넥슨만은 견고하다. ‘던전앤파이터’(던파)와 ‘메이플스토리’(메이플) 등 장수 ‘라이브 서비스’들과 관련 지식재산(IP)활용 게임의 꾸준한 성적 덕분. 두 게임은 하루에도 수십개 새 게임이 쏟아지는 이 시장에서 각각 19·21년째 현역으로 활약 중이며 여전히 넥슨의 캐시카우다. 지난 5월 중국에 출시한 던파 모바일은 4개월여만에 매출 10억 달러(약 1조 3000억원)를 넘겼다. 덕분에 넥슨의 2분기 매출은 1224억엔(약 1조762억원)을 기록. 1년 전보다 30% 늘었다. 한국 게임사 최초로 연매출 5조원을 바라볼 수 있는 것도 메던피(메이플·던파·FC온라인)의 건재함 덕분.

새 게임도 잘된다: 신작들도 완성도·매출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지난해 1월 출시한 ‘데이브 더 다이버’(데이브)는 한국 단일 패키지 게임(구매 후 추가로 게임 내 재화를 구매하지 않아도 되는 단일 상품) 최초로 누적 400만장 이상 팔렸다. 지난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할 만큼 작품성도 인정 받았다. 주인공이 바닷속에서 물고기를 잡고, 물밖에선 직접 직원을 뽑고 메뉴를 개발해 초밥집을 운영하는 어드벤처와 경영시뮬레이션을 결합한 게임이다. 향수를 자극하는 2D 그래픽으로 제작된 ‘넥슨스럽지 않은’ 게임이란 평이 많았고 내부에서도 “온라인 게임 개발사가 싱글 플레이 게임을 내는 게 방향에 안 맞지 않을까” “처음 해보는데, 잘할 수 있겠냐” 등 우려가 나왔지만 이를 극복하고 대박을 이뤘다. 자회사 넥슨게임즈가 개발한 루트슈터(슈팅게임에 롤플레이 요소가 더해진 장르) 게임 ‘퍼스트 디센던트’(퍼디)도 지난 7월 출시 직후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매출 1위에 오르고, 한때 동시 접속자 수 26만명을 기록하는 등 짧지만 이례적인 글로벌 성공을 거뒀다.

② 그럼, 돈만 잘버나?

장르와 시장을 넓히다: 신작 성공은 당장의 실적보다, 미래적 가치가 더 크다. 그동안 성공작을 내지 못한 장르(어드벤처, 슈팅)와 시장(유료 패키지 게임)에 발을 딛는 데 성공해 향후 더 많은 도전과 성공을 위한 동력을 확보한 셈. 또 ‘넥슨도 다른 걸 할수 있다’는 신호를 줘, 기대 여론을 만들어 냈다. 회사 관계자는 “다양한 형태의 게임 포트폴리오를 확보했다는 것이 큰 의미”라고 말했다. 특히 넥슨의 기존 성공 공식에서 벗어난 데이브의 성공은 회사의 취약점으로 꼽힌 장르 편중, 과도한 과금모델 문제를 동시에 극복했다. 업계에선 많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는 블록버스터 신작, 독창적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인디게임, 그리고 기존 게임을 잘 운영하는 라이브 서비스에서 모두 성과를 낸 국내 게임사는 넥슨 뿐이란 평가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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