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 전 낯설던 '벤처'가 현재 한국 경제와 사회 떠받치는 주역으로 자리 잡았다. 외연적 확대는 물론, 외환위기·코로나19·일본 수출규제 같은 위기 때마다 돌파구를 연 엔진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가 나왔다.
2일 '대한민국 벤처 30주년 기념식'에서 '벤처 30주년 연구 보고'를 발표한 이춘우 서울시립대 교수는 “생장점이 사라지면 나무가 더 자라지 못하듯, 지난 30년 한국 벤처는 국가의 생장점을 담당해 왔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매출·고용 중심의 양적 지표 외에 벤처가 남긴 질적 변화를 조명했다.
이 교수는 벤처가 한국 경제 갈림길마다 새로운 전환점을 열어온 주체였다고 평가했다. 1997년 외환위기 국면에서 재벌 중심 경제 대신 신산업과 새로운 플레이어를 전면에 세우는 역할을 했고, 코로나19 당시에는 진단키트·의료기기를 개발한 바이오 벤처가 방역 체계의 핵심이 됐다.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 역시 국내 소부장 기술 자립과 공급망 재편의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기술주권에서도 벤처의 역할은 반복됐다. 대표 사례가 1998년 한글과컴퓨터 인수 저지다. 마이크로소프트 인수 시도에 벤처기업협회가 나서면서 거래가 무산되었다. 그는 “아래아한글 생태계를 지켜낸 사건은 한국 소프트웨어 주권의 상징”이라고 했다.
게임·콘텐츠 영역에서도 성과가 나타났다. 넥슨·엔씨소프트 등 초기 게임 벤처가 온라인 MMORPG·부분유료화 같은 세계 최초 모델을 만들었고, 한국 개발자들이 요구한 고사양 그래픽이 엔비디아 GPU 혁신 방향을 결정했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그 축적이 오늘날 생성형 AI·초거대 모델 생태계의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창업 입지도 전국으로 확산됐다. 연구진의 벤처 기업 주소지 공간 분석 결과 창업 밀도는 수도권을 넘어 전국적으로 점차 조밀해지는 양상을 보였다. 이 교수는 “제주까지 벤처 창업 점이 찍혀 있다”며 “대한민국 전역이 벤처 창업지대로 변모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해외 사례 비교도 제시됐다. 그는 “벤처 제도를 일본이 먼저 도입했지만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릴 만큼 활력이 사라진 배경은 기업가정신의 실종”이라며, 반면 중국은 '대중창업·만중혁신' 구호 아래 첨단 기술을 빠르게 추격 중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 30년 벤처의 과제로 국가 차원의 '기업가정신 체계화'를 꼽았다. 그는 “개별 기업의 성공을 넘어 국민 전체가 공유하는 혁신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며 “정부는 벤처를 특정 산업정책이 아니라 교육·문화·금융·글로벌 전략을 아우르는 국가 전략으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럴 때 한국 벤처는 한국 경제의 성장점을 넘어*인류와 함께하는 'K-벤처'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벤처기업협회는 이날 '2025 벤처인이 뽑은 국회의원 공로대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2016년부터 매년 벤처생태계 발전에 기여한 의원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올해는 △더불어민주당 권칠승·김동아·김원이·김태년·김한규·박정·안도걸·윤준병·이재관·장철민·정진욱·정태호 △국민의힘 김성원·김소희·박성민·박수민·배현진·윤한홍·이철규 △조국혁신당 서왕진, △개혁신당 천하람 △무소속 김종민 의원이 선정됐다.
송병준 회장은 “벤처 30주년을 맞아 벤처가 미래산업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국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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