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이용찬(35)은 이번 시즌 많이 부진했다. 57경기에 나와 54.1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6.15를 기록했고 3승 9패를 했다. 16세이브를 하면서 블론 세이브 4개를 기록했다. 전반기 위태위태하면서도 어떻게든 팀 승리를 지켜냈는데, 후반기 들어서는 속절없이 추락했다. 7월 28일 롯데전부터 시즌 마지막 13차례 등판에서 모두 팀이 패했다.
불펜 투수들이 몇 년에 한 번씩 부진 하는 게 그리 드문 일 만은 아니다. 이른바 ‘안식년’ 이후 곧장 반등하는 예도 적지 않다. 그러나 타이밍이 너무 안 좋다. FA 계약을 앞둔 마지막 해였다. 앞서 두산에서 FA를 맞았던 2020년에도 이용찬은 부상으로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 좀처럼 새 구단을 찾지 못했고, 결국 해를 넘겨 2021년 5월에야 NC와 ‘3+1년’ 27억원에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FA를 앞두고 2차례 연속 부상과 부진에 발목이 잡혔으니 불운하다고밖에 이야기할 수가 없다.
올해 부진했지만 NC는 이용찬이 여전히 팀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쓰임새도 이미 생각해뒀다. 이호준 감독은 부임 직후 이용찬과 만나 내년 시즌 팀에 남는다면 선발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용찬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구단 역시 이용찬 선발 재전환 가능성을 꾸준히 생각해왔다. 두산 시절 이용찬은 불펜과 선발을 계속 오갔다. 마지막 시즌에도 선발로 던졌다. NC로 이적한 이후로는 쭉 마무리로만 던졌지만 당장 내년 시즌 선발로 돌아가는 것 역시 큰 무리는 없다고 판단한다. “매년 선발로 던질 수 있을 정도로 몸을 만들어 온다”는 평가다. 라커룸 영향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NC 한 관계자는 “이제까지 경험한 선수 중 이용찬 만한 카리스마는 처음 봤다”고 했다. 투수조 최고참으로 팀 워크 등 정신적 측면에서도 이용찬은 지난 4년간 많은 역할을 해왔다.
문제는 NC가 이용찬을 잡을 수 있느냐다. NC는 이번 시즌 일찌감치 외부 FA시장에서 발을 뺐다. 자금 사정이 예년에 비해 넉넉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무리한 투자 보다 내부 육성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호준 감독도 “FA 영입에 쓸 돈으로 (어린 선수들) 소고기 먹이고, 좋은 환경에서 운동하게 투자해 달라고 할 것”이라며 구단 기조에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외부 FA는 물론 내부 자원들 단속도 쉽지만은 않다. 이용찬을 비롯해 좌완 불펜 임정호(34)와 외야수 김성욱(31) 등 구단 선수 3명이 FA 자격을 얻었다. 이번 시장에서 대어급 평가는 받지 못했지만, 1군에서 긴요하게 쓰일 수 있는 선수들이다. 임정호와 김성욱이 보상 선수 부담이 없는 ‘C등급’인 만큼 경쟁이 치열할 수 있다. 이용찬은 25인 보호선수 외 보상선수가 따라붙는 ‘B등급’이지만, 장현식·김원중 등 앞선 불펜 자원을 놓친 구단들이 욕심을 내 볼만 하다. NC가 그렇게 방침을 정했듯, 선발로 시험해 볼 가능성도 있다. 경쟁 상황에 따라 NC의 고민이 더 깊어질 수 있다.
지금 NC는 내부 자원들과 차례로 만나며 교감을 나눴다. 주요 FA들 대다수가 계약을 마무리한 만큼, NC도 이제 내부자원들과 협상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올린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