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평범한 일상

2025-04-14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2025년 4월 4일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이 파면됐다. 지난해 12월 3일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고 자유헌정질서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23일 만이었다.

헌법재판소는 비상계엄 선포 당시 상황이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하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돼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상황에 해당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보수·진보 진영의 대립은 극단으로 치달았고, 불신과 혐오가 드리우며 사회 질서가 교란됐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따른 내수 경제 침체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 등으로 경제·산업도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정부의 리더십 부재 속에서 기업과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에 내몰렸고, 4개월 간 이어진 '탄핵 찬성'과 '탄핵 반대' 집회로 서울 여의도, 광화문, 안국동, 한남동에 이어 이제는 서초동까지 서울 도심 곳곳이 몸살을 앓았다. 부산, 울산, 광주 등 지역에서도 집회는 이어졌다.

집회 현장 곳곳을 취재해보니 인근 상인, 학생, 주민 등은 평범한 일상을 애타게 기다려왔다. 우리 국민 모두가 마찬가지였을 게다.

이런 가운데 국민들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규모 탄핵 찬·반 집회가 열렸던 여의도 일대에는 봄꽃을 구경하는 시민들로 가득 찼고, 헌법재판소가 위치한 안국동은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기는 관광객들로 다시 북적이고 있다.

각종 깃발과 피켓을 들고 확성기를 이용해 위협적인 소음을 내던 이들이 있던 곳에는 봄날씨를 즐기는 시민들이 자리했다. 이러한 모습들이 유독 반갑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동안 잊고 지냈던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기 때문일 것이다.

비상계엄 선포 당시 무장한 계엄군을 맨몸으로 막아선 이들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광장에 모여 민주주의 수호를 외친 이들도, 대통령 파면 이후 중심을 잡고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 역시 모두 국민이다.

다만 여전히 정치 갈등과 불신, 혐오 등에 따른 사회 분열이 심각한 점은 큰 과제다. 모든 국민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치권의 자성과 함께 민주주의 시스템을 강화하는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jeongwon102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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