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방산 '바이 유러피안' 선언

2025-03-10

유럽연합(EU)이 방위산업 분야 '바이 유러피안'(Buy European·유럽산 구매)을 선언해 우리나라의 유럽 방산시장 진출에 변수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총 8천억 유로(약 1천258조원) 동원을 목표로 하는 '유럽 재무장 계획'을 발표하면서 유럽산 우선 구매 정책을 제시했다.

그는 유럽 재무장 자금이 해외로 흘러간다면 "유럽에 좋지 않은 일"이라며 특히 8천억 유로 가운데 EU 예산이 직접 활용될 1천500억 유로(약 236조원)의 무기 공동자금 대출금과 관련해 '유럽산 한정' 방침을 분명히 했다.

EU의 재무장 계획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과 우크라이나 안보에 발을 빼겠다고 압박하면서 긴급히 마련됐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될 재무장을 계기로 EU 내 방위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도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유럽은 우리나라의 주요 방산 수출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EU의 이런 정책은 국내 방산기업에 타격이 될 수 있다.

국내 방산기업은 폴란드와 루마니아, 에스토니아 등 동유럽을 중심으로 K-9 자주포, K2 전차, FA-50 경공격기 등을 수출해왔다.

특히, 폴란드와는 2022년 7월 초대형 무기 수출 관련 기본계약을 체결했고, 같은 해 8월 총 124억 달러(약 18조원) 규모의 1차 계약이 성사됐다. 1차 계약에는 K2 전차 180대, K-9 자주포 212문, FA-50 경공격기 48대 등의 공급 계획이 담겼다.

폴란드 2차 수출 계약은 2023년 12월 K-9 자주포 152문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르면 다음 달에는 60억 달러(약 9조원) 규모의 K2 전차 180대 수출 계약이 성사될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유럽이 늘어나는 방위비를 역내 방산 제품 구매에 우선 쓰고자 하지만 이는 공동 예산에 국한된 것이어서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오히려 유럽의 전체 국방 예산 증가 흐름이 러시아발 안보 위협에 노출된 동유럽을 중심으로 한 한국 방산 수출 동력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방산 전문가인 장원준 전북대 방위산업융합과정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프랑스 등 공동 예산을 유럽 쪽에서만 (우선) 사용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동유럽의 경우 그것은 쉽지 않은 얘기"라며 "총론은 같지만, 각론에는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품질과 납기 등 측면에서 한국 방산이 워낙 뛰어나 향후 4∼5년은 유럽 수출 동력이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프랑스·독일·영국 등 유럽의 방산 선진국들이 한국 방산 업체의 '안방 진출'을 우려하고 강하게 견제하려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은 변수다.

지속 가능한 유럽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유럽의 방산 선진국들과 공동 이익을 도모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방위사업청은 '바이 유러피안' 관련 대응 방향을 묻자 "유럽시장 내 'K-방산'에 대한 우호적인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EU 등과 상호 협력체계 구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폴란드 등 기존 방산 협력 국가를 비롯해 기타 유럽 국가들과 조인트 벤처, 현지 공장 설립 등 현지화 추진을 통한 상호 호혜적 방산 협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국내 방산기업을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

산업팀 press@jeonpa.co.kr

<저작권자 © 전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