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 신발 끈이 풀어졌기 때문이야…사랑받고 싶다 우는 건 사람의 온기를 알아 버렸기 때문이야…죽을 궁리만 했던 이유는 항상 삶에 진심이었으니까.”
일본 가수 겸 배우 나카시마 미카(中島美嘉·42)가 지난 1월 6일 MBN ‘한일톱텐쇼’에 출연해 부른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의 노랫말이다. 한 편의 문학작품같은 이 노래는 얼굴을 감춘 일본의 싱어송라이터 아키타 히로무(秋田ひろむ)가 만들었다. 깊은 우울감에 빠진 사람이 삶의 벼랑 끝에서 희망을 찾는 내용이다.
방송에서 나카시마는 마른 체구의 몸이 휘청일 정도로 온마음을 다해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많은 시청자들은 “미카의 노래로 위로를 받았다”며 유튜브 댓글을 달았고, 해당 영상의 조회수는 300만 뷰에 육박하고 있다.
팬들은 그가 한국 방송에 나와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을 불렀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일본 방송에서도 보기 힘든 톱스타인데다가, 전 세계 방송 최초로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을 선곡했기 때문이다.

나카시마는 2000년대 J팝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익히 아는 디바 중 한 명이다. 보아의 일본 진출 시기와도 일부 겹쳐 한 무대에 오르기도 했고, 국내에서 인기를 끈 영화 ‘나나’(2005)에서 짙은 스모키 화장을 한 캐릭터인 나나 역을 맡아 인지도를 높였다.
지난 13일 서면으로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나카시마는 “발매 초기엔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이라는 제목에 직접적인 표현이 들어가서 홍보하기가 어려웠다. 그럼에도 ‘끝까지 이 노래를 들어준다면 빛을 볼 수 있는 노래’라는 믿음이 있었다. ‘이 곡을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마음으로 불러왔다”고 노래에 애정을 드러냈다.
또 “가능하면 듣는 사람들이 가사 속 경험을 직접 한 것처럼 느끼도록 노래하려고 한다. 여러분의 힘이 되는 사람이고 싶고, 감사의 마음을 담아 노래한다”고 덧붙였다.
나카시마가 이 노래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던 건, 2014년 발매 당시 가수에겐 치명적인 이관개방증을 앓으며 힘든 시기를 보냈기 때문으로 알려진다. 힘든 상황에도 나카시마는 노래의 끈을 놓지 않았고, 최근엔 “전성기 이상의 가창력을 뽐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일톱텐쇼’에서 나카시마는 ‘눈의 꽃’과 ‘윌’도 선곡했다. 두 노래 모두 한국에서 각각 박효신 ‘눈의 꽃’, 린 ‘물망초’로 리메이크되어 인기를 모았다. 이외에도 포지션 ‘하루’, 화요비 ‘스타즈’ 등이 나카시마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것이다. 2023년엔 이창섭이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을 커버해 유튜브에 올려 80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나카시마는 자신의 노래가 국경을 넘어 한국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로, “음악의 힘”이라고 간단하게 답했다. “음악은 언어의 벽을 넘는다. 여러 아티스트들이 내 노래를 커버하면서 그 곡이 가진 마음을 대변해줬다. 듣는 이들의 마음에 응원과 위로가 닿았다”고 부연했다.
한국 팬들에겐 “많은 분들이 SNS 메시지를 보내주셨고 동영상에 댓글도 달아주셨다. 좋은 기회가 되어 한국 팬들에게 좋은 감정을 전달하게 되어 기쁘다. 방송 관계자 모두에게도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5월 10~11일 서울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는 ‘눈의 꽃’, ‘글래머러스 스카이’ 등 나카시마의 여러 노래들을 원곡자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 나카시마는 데뷔 24년 만의 첫 단독 내한 콘서트를 앞두고 “코로나 이전부터 한국에서 라이브를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는데 드디어 단독 공연을 하게 돼 기쁘다”며 “팬 여러분 저마다의 해석으로 자유롭게 라이브를 즐겨달라”고 기대했다.
내한 콘서트에 앞서 3월 24일에는 일본 도쿄 스미다 트리포니홀에서 열리는 KBS 한일수교 60주년 특집 콘서트 ‘KBS 트래디셔널 오케스트라-우정 콘서트’ 무대에 오른다. 나카시마 미카는 “24년간 내게 주어진 당장의 목표를 보고 전력으로 최선을 다했다”며 “앞으로의 공연에서도 관객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