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보행자를 위한 작은 변화

2025-01-18

[정보통신신문=성원영기자]

얼마 전 퇴근길, 한 노인이 건널목을 지나는 것을 발견했다. 파란불의 잔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나 노인은 겨우 절반밖에 건너지 못한 상황이었다. 저러다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어 차들이 출발하면 큰일이겠다는 생각에 계속 지켜봤다. 놀랍게도 파란불은 빨간불로 바뀌지 않고, 신호가 더 연장됐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이것은 보행시간 자동연장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보행시간 자동연장시스템은 교통약자를 위한 기술로, 신호등 기둥에 부착된 인공지능(AI) 카메라가 보행자를 감지해 길을 건널 시간이 부족하다고 파악되면 신호 시간을 자동으로 연장해 주는 기술이다.

지능형교통체계(ITS) 기술 중 보행자를 보호하는 기술이 개발되며, 우리 사회에서 새로운 교통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는 그동안 '보행자보다 자동차가 먼저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부족했던 보행자 중심의 교통문화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교통약자를 배려하는 것을 넘어, 보행자의 편의성까지 고려한 다양한 기술들이 도입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적색 잔여시간 표시 신호등’이다.

적색 잔여시간 표시 신호등은 기존의 파란불 신호뿐만 아니라 빨간불의 대기시간까지 알려주는 신호등이다. 이를 통해, 대기시간 동안 보행자의 답답함을 덜어주고, 무단횡단까지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보행자가 신호가 바뀌기 전에 미리 출발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빨간불 신호 종료 6초 이하일 때는 잔여 시간을 표시하지 않는 등 세심한 설계가 돋보인다. 이 신호등은 현재 서울시청 및 광화문 인근을 비롯한 서울 주요 구역에서 운영 중이다.

이 밖에, 최근 등장한 보행자 유형에 맞춘 ITS 기술도 주목할 만하다. 도로 위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보행자를 '스몸비'라고 부른다. 스마트폰과 좀비를 합친 말로, 스몸비족은 전방을 제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에 교통사고 위험이 높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산 남구는 어린이보호구역에 '스몸비 깨움장치'를 도입했다.

스몸비 깨움장치는 보행자가 횡단보도 1m 이내로 접근하면 스마트폰 화면이 자동으로 차단된다. 스마트폰에 스쿨존 앱을 설치하면 바로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보행자 중심의 ITS 기술은 단순 교통 신호 알림용에서 그치지 않고, 궁극적으로는 교통문화를 변화시키는 사회적 의미를 지닌다. 앞으로도 이런 기술들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도입된다면, 보행자가 더욱 안전하고 편리하게 길을 건널 수 있는 환경이 정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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