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일 교수, 관세법판례연구회 세미나서 '관세포탈죄 신분범' 해석 논리적 모순 제기

2025-12-02

(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지난 11월 27일 관세법판례연구회 세미나에서 이성일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표한 논문이 형사법 체계의 근간에 대한 논쟁을 재점화했다. 이 교수는 현행 대법원이 조세·관세포탈죄 등을 해석할 때 진정신분범(眞正身分犯) 이론을 자의적으로 적용해 법적 안정성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정신분범이란 형법 제 33조에 따라 “신분이 있어야 성립되는 범죄”다.

특히 이날 세미나에서는 일선 관세청 실무진이 현행 법리의 모순이 '구매 대행업자' 포탈 사건에서 대규모 추징의 딜레마를 낳고 있다고 토로해 학계와 실무계의 괴리가 현실 문제임을 보여 주기도 했다.

법적 안정성을 해치는 '축소와 확장'의 딜레마

이 교수는 대법원이 특히 진정신분범 영역에서 비신분자의 공범 성립 여부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나 해석을 일관되게 제시하지 못해 법집행 과정에서 혼란을 야기하고, 법률이 모든 시민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법적 일관성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고 봤다.

입법자가 명시적으로 행위주체를 제한하지 않은 조세포탈죄나 관세포탈죄에 대해서는 논리적 추론을 근거로 진정신분범으로 해석해 처벌 범위를 축소하는 경향을 보인 반면, 권리행사방해죄와 같이 구성요건적 상황을 충족시킬 수 없는 자를 공동정범으로 인정해 처벌을 확장하는 역전된 형태의 판례도 공존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러한 입장은 개개 사안의 합리적 해결이라는 관점에서 정당화될 수 있어도, 진정신분범과 관련된 이론체계를 정립하기 어렵게 해 궁극적으로 법적 안정성을 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특히 비신분자의 공동정범 성립을 좌우하는 형법 제33조 본문의 입법 취지마저 왜곡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분은 계속성 요구"...모든 범죄에서 신분 개념 괴리 지적

이 교수는 논문 '조세포탈죄, 관세포탈죄, 권리행사방해죄, 체납처분면탈죄, 위증죄의 진정신분범 여부'를 통해 핵심적으로 신분 개념에 필요한 '계속성'의 결여를 지적하며, 각 범죄별로 비일관적인 해석에 대해 설명했다.

조세포탈죄, 납세의무는 일시적 상태일 뿐

이 교수는 조세포탈죄의 성립 전제인 '납세의무의 성립'이 부가가치세처럼 과세기간이 끝나는 때 등에 성립해 일시적 성격을 띠므로 신분의 계속성을 충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조세포탈죄는 진정신분범이 아니고, 행위주체를 제한한 범죄도 아니므로 누구라도 간접정범과 공동정범이 성립할 수 있다고 보았다.

관세포탈죄, 문리적 해석상 행위주체 제한 없어

대법원은 관세포탈죄의 행위주체를 관세납부의무자로 제한한 판결과 한정되지 않는다고 보는 판결이 혼재되어 있다. 학계는 부정감면죄나 환급의 경우 납세의무자가 주체가 된다고 본다.

그러나 이 교수는 관세납부의무가 수입신고하는 때에 성립하여 일시적 성격을 띠므로 진정신분범이 아니라고 보았다. 또한 문리적/연혁적/목적론적/체계적 해석상 관세포탈죄는 행위주체를 제한하지 않은 규정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연구회 사무총장인 김용태 법학박사(법무법인 린 관세통상팀장) 사회로 진행된 관세법판례연구회에서 김 사무총장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관세포탈죄를 독일의 '의무범(義務犯)'으로 해석해 정범의 기준을 '법적 의무 위반'으로 보고, 주체를 납세 의무자가 아닌 '납세 신고자'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김 사무총장은 독일 학설과 판례에서 조세(관세)포탈죄의 정범의 기준으로 '의무범' 이론과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이 이론의 타당성을 인정하면서도, 비신분자의 공동정범 성립을 인정하는 한국 형법 33조 본문과의 체계적 충돌을 언급하며 입법 정책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구매 대행업자' 처벌과 '추징'의 딜레마

이와 관련해 관세청 실무자들 역시 법리적 혼란이 현장의 문제로 이어진다고 토로했다.

이광우 관세청 조사총괄과장은 "조사 총괄 과장으로 관세청에서 법제도를 담당하고 있다"라며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항에 대해 질문드린다"고 운을 뗐다.

이 과장은 해외 직구 시 구매 대행업자가 관세 포탈 행위(관세 10을 1로 신고 등)를 주도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들은 관세법 체계상 납세 신고 주체(소비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관세포탈죄를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서 전두한 조사총괄과 행정사무관은 이 문제를 더 깊이 설명했다. 전 사무관은 "처벌은 할 수 있더라도 후단의 미납 관세 추징 문제가 생긴다"며, "추징을 위해서는 결국 납세 의무자를 찾아가야 하는데, 관세법에서는 '화주(貨主)' 개념이 들어와 화주를 법적 관점에서 볼지, 경제적 관점에서 볼지 문제 된다"고 밝혔다.

전 사무관은 "밀수죄 등은 추징금 부과로 문제가 간단하지만, 포탈죄는 미납 세금 추징액이 벌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에 결국 납세 의무자를 찾아가야 한다"며, "구매 대행업자는 한 명인데 직구 소비자(법적 납세 의무자)는 수만 명일 경우 이들에게 모두 부과해야 하느냐는 문제가 크다"고 실무의 딜레마를 설명했다.

연대 납세 의무자 조건도 회피하는 구매 대행업자에게 관세 포탈죄를 적용하고 추징을 진행하는 것이 현행 법리 하에서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권리행사방해죄의 '자기의 물건'은 신분적 요소가 아닌 구성요건적 상황이며, 소유자가 아닌 자가 주도한 범행(역전된 형태)에 대해 대법원이 공동정범을 인정한 것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추해석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범적격이 없는 자를 이용한 행위는 신분자가 간접정범으로 처벌되어야 타당하다고 밝혔다.

체납처분면탈죄는 납세의무 성립이 일시적 성격에 불과해 진정신분범이 아니며, 위증죄의 '선서한 증인'의 지위 또한 의무가 종료되는 일시적 상태이므로 진정신분범이 아닌 행위주체를 제한한 범죄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입법 정책 결단 필요 강조"

이성일 교수는 이러한 논의 결과를 종합하며, 현행 법리 해석의 한계를 극복하고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진정신분범을 체계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을 정립하기 위해 향후 횡령죄와 배임죄 등 전형적인 신분범까지 아우르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극적으로 조세·관세포탈죄 등의 행위 주체를 제한할지 여부는 법률 해석의 영역이 아닌 입법 정책의 영역임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이 교수는 "입법자가 법률 문언을 통해 행위 주체 제한 여부를 결정하는 정책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하며, 법적 안정성 확보를 위한 국회의 조속한 논의를 요청했다.

한편 이날 관세법판례연구회에는 이성일 건국대 교수, 사무총장인 김용태 법학박사(법무법인 린 관세통상팀장)외에도 이대복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 법무법인 린 설미현 파트너 변호사, 김종근 법무법인 B&H 변호사, 장호중 화현 변호사, 김지웅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국제범죄수사부 검사, 이상욱 김&장 변호사, 강찬 김&장 변호사, 이병화 법무법인(유한)린 파트너 변호사, 이광우 관세청 조사총괄과장, 전두한 조사총괄과 행정사무관 등이 참석했다. 또한 세미나 이후에는 이명구 관세청장(관세법판례연구회 고문)과 안석 대법원 부장판사 등이 참석해 판례 연구에 심도 있는 논의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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