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노년층 사이에서 가족이 아닌 사람과 함께 집을 공유하는 주거 형태인 ‘공동 주거(하우스 쉐어)’가 확산하며 독신 노인들에 대한 돌봄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보도에서 “동반자를 원하는 노년층을 위한 주거 선택지로 혈연이 아닌 사람과 함께 사는 ‘하우스 쉐어’가 떠오르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미국은퇴자협회(AARP)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50세 이상 인구의 약 75%는 나이가 들어서도 원래 자신이 살던 집에 계속 머물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상승하는 주거비와 건강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느낀 노년층은 대안으로 공동 주거를 선택했다. 돈이나 건강 문제는 없지만, 여행을 자주 다닌다는 이유로 집을 대신 관리해 줄 ‘동반자’를 구하기도 한다고 WSJ는 전했다.
실제 하버드대 주거연구센터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약 99만명의 노인이 공동 주거 형태로 거주 중인데, 이는 2021년과 대비해 8.8% 증가한 것이며, 20년 전과 대비해선 두 배 이상 오른 수치다.
미 건설 업계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새로운 형태의 주택을 내놨다. 주택 건설업체 ‘레너’는 지난 2011년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새로운 다세대형 주택 모델 ‘넥스트젠(Next Gen)’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침실, 욕실, 주방, 거실 등을 갖춘 2개 이상의 별도 생활 공간을 포함하고 있는 이 모델은 현재 플로리다, 텍사스, 캘리포니아 등 20여개 주에서 여러 건설사가 유사한 구조의 주택을 내놓을 정도로 업계 전반에 확산했다.
노년층 중심 ‘코하우징(Cohousing) 커뮤니티’도 있다. 코하우징 커뮤니티는 은퇴한 노인들이 뜻이 맞는 사람들과 땅을 사서 함께 설계·건설·운영하는 노년층 주거 공동체로,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 약 150곳 존재한다. 개별 거주 공간을 포함해 공용 정원 등을 갖춘 커뮤니티는 거주자들의 자치 결정 구조로 운영된다.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서 ‘마운틴뷰 코하우징 커뮤니티’를 운영 중인 데이비드, 수전 버원 부부는 “10년 전 완공 이후 줄곧 만실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입주 대기자도 20~30명 있다”며 “이 곳에서 노인들은 함께 늙어가는 삶을 꿈꾸고, 함께 살아가는 삶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동 주거를 원하는 노년층은 적절한 동거인을 찾아주거나 동거인의 신원 조회를 돕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 단체들의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비영리단체 ‘선샤인 홈셰어’의 앨리슨 주코브스키 전무이사는 “공동 주거를 하는 이들의 절반 이상은 독신 여성”이라며 “공동 거주는 사생활, 질서, 일상을 중시하는 사람에게는 도전이 될 수 있지만, 저렴한 주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생명줄과도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