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플라스틱 종식 회의 개최국… 생산 감축 지지해야” [심층기획-거꾸로 가는 환경정책]

2024-09-25

11월 부산서 5차 정부간 협상위 앞두고

생분해 ‘친환경’ 인증 연장 추진 비판론

HAC 66國 장관 “2024년내 감축 로드맵 마련”

유엔환경계획(UNEP)이 올해 11월 말 부산에서 열리는 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 회의에서 국제적 구속력을 가진 플라스틱 오염 감축 협약을 제정할 예정인 가운데 플라스틱 생산·소비 감축을 위한 명확한 로드맵 마련을 촉구하는 66개국 장관급 성명이 발표돼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우리나라는 5차 INC 개최국이지만 플라스틱 생산 감축 등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 우호국 연합’(HAC) 66개국 장관들은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기간 중에 성명을 발표해 ‘올해 말까지 국제 플라스틱 협약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고, 플라스틱의 생산과 소비를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줄이는 명확한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HAC 초기 가입국인 우리나라도 이번 장관급 선언에 동참했지만, 최근까진 폐기물 관리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전날 국회에서 열린 플라스틱 국제협약 대응 포럼에서 “플라스틱 저감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 등 15개 환경단체로 이뤄진 ‘플뿌리연대’(플라스틱 문제를 뿌리 뽑는 연대)는 최근 “한국 정부는 5차 INC 개최국으로서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강력하게 지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UNEP는 2022년 3월 유엔환경총회(UNEA)에서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국제적인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약 개발을 위한 14개 결의안을 채택했고, 정부 간 INC 구성을 요청해 INC 1∼4차 회의가 우루과이·프랑스·케냐·캐나다에서 열렸다. 11월25일∼12월1일 부산에서 열리는 INC 5차 회의에선 국제협약이 마련될 예정이다. 플라스틱 감축방안을 두고선 ‘생산 감축’과 ‘재활용 등 폐기물 관리’를 두고 팽팽하게 대립해왔다. 플뿌리연대는 “최근 산유국인 미국조차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협약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 만큼 정부는 개최국 위상에 맞게 강력한 생산 감축 목표와 이행 방안이 협약문에 포함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 분해가 쉽지 않은 생분해 플라스틱 ‘친환경’ 인증 연장을 추진해 ‘그린워싱’(친환경인 척하는 행위)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마저 받고 있다.

환경부는 생분해성 합성수지(플라스틱) 환경표지인증 기준 중 ‘산업 퇴비화 생분해 조건’ 유효기간을 2028년 12월31일로 연장하기 위한 고시 개정을 11월 중 완료할 계획이다. 산업 퇴비화 생분해 조건은 ‘미생물이 있고 산소 공급이 충분한 58도 정도의 흙에 가루로 된 수지를 넣었을 때 180일 이내 90% 이상 분해’로, 이를 충족하면 생분해 플라스틱으로 ‘친환경’ 마크를 달아준다. 다만 58도나 되는 토양이 자연에 존재하기 어려워 이 조건은 퇴출당할 예정이었는데 정부가 이를 4년 연장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편의점·제과점에선 규정에 맞춰 생산된 생분해 비닐봉지를, 카페·식당 등에선 생분해 플라스틱 빨대 제공을 4년 더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한국경제인협회는 전 세계 생분해 플라스틱 생산 규모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인증기준 완화 등을 통해 생분해 플라스틱 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현재 SK리비오, LG화학, CJ제일제당 등 주요 대기업들이 생분해 수지를 개발·생산 중이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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