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산업은행 본점은 부산으로 이전할까.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이 본격화되면서 산업은행의 부산행도 윤석열 정부에서는 불가능해졌다는 평이 나온다. 다만 조기 대선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여권에서는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카드로 다시 PK(부산·경남) 지역 공략에 나설 것이고, 이 지역에서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약한 야권(민주당)에서도 이를 반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비상계엄 이후 달라진 분위기
비상계엄 사태 전까지만 해도 산업은행은 부산 이전을 위한 행보를 지속했다. 산업은행 이사회는 지난 9월 신성장동력 구축을 위한 남부권 영업조직 강화와 글로벌 금융협력 확대, 투자주식 관리 강화 등을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남부권 지역 기업과 산업 지원을 통한 경제 활력 제고를 이유로 한 부산에 남부권투자금융본부 신설, 관련 업무 인력 확대가 주된 내용이었다.
윤 대통령을 필두로 대통령실에서도 금융당국을 거듭 압박했다고 한다. 부산 이전이 왜 이뤄지지 않느냐며 국회 설득을 주문했다는 것. 실제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월 기자간담회에서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을 위한 산업은행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병환 위원장은 당시 “산업은행 부산 이전 관련 법도 논의될 것인데 최대한 이번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중심에 있는 비상계엄 사태 후 탄핵이 급물살을 타면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도 사실상 멈춰섰다는 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 산은 부산 이전 명분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비상계엄 파동 이후 민주당이 1당인 현재 국회에서 산은법 개정안은 논의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윤석열 정부에서 산은 이전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평가했다.
#강석훈 회장 ‘이전’ 발언 사라져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의 달라진 발언도 주목할 부분이다. 지난 18일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산업은행 주요 업무 설명회’에 참석한 강석훈 회장은 “동남권을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본점 부산 이전은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동안 부산을 방문할 때마다 지속적으로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 필요성을 언급하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다만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완전 백지화 여부’는 조기 대선 국면이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헌재의 탄핵 판단 여부에 따라 내년 상반기 중 조기 대선이 치러질 수 있는데 이때 여야 유력 후보들의 공약에 산은 부산 이전이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차기 유력 후보 중 한 명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산업은행 고유 기능 자체가 산업이 원활히 돌아가게 하는 대출 업무인데, 그 대상은 서울에 본점을 둔 곳이 많다”며 이전 반대의 뜻을 밝혔다.
다만 여권은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이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꾸준히 선거 때마다 내민 공약인 만큼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 다시 이를 앞세워 PK 지역을 공략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야당은 내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분명하게 존재한다. 대표적인 반대론자는 서울 영등포을에 지역구를 둔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이다. 자신의 SNS는 물론 공식석상에서도 꾸준히 “산은 본점 이전을 반대한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PK 공략을 위해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입장을 바꿀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선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윤석열 정부에서 부산 이전은 어려워졌지만,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산은 이전 카드가 다시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언제 차기 대선이 치러질지, 누가 여야의 후보로 낙점되고 그들의 공략에 산은이 어떻게 포함되는지가 ‘이전 여부’를 가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동화약품 순화동 신사옥 '공사금지' 소송, 대법원까지 갈까
· 2000년 이후 5번째 한국은행의 금융시장 안정화 조치…비상계엄 파장 수습 기간은?
· 전필립 파라다이스 회장 부자회사 '파라다이스플래닝' 매출 0원 계속되는 이유
· 산업은행 부산 이전, '공'은 3년 뒤 대선으로?
· 국민의힘 총선 참패에 산업은행 부산 이전 미뤄지나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