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계와 허은아계로 나뉘어 내홍을 겪고 있는 개혁신당이 동시에 최고위원회를 따로 여는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쪼개졌다. 지난달 중순 허은아 대표가 이준석 의원의 핵심 측근인 김철근 전 사무총장을 경질한 걸 계기로 시작된 양측의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허은아 대표와 천하람 원내대표는 22일 각자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서로를 “참칭 최고위”라고 공격했다. 전날 긴급 최고위를 소집해 허 대표와 조대원 최고위원에 대한 당원소환 실시 안건 처리를 주도한 천 원내대표는 ‘대표 직무대행’ 자격으로 이날 최고위를 주재했다. 반면 허 대표는 “원내대표는 최고위 소집 자격이 없다”며 전날 최고위 자체를 “원천 무효”라고 규정하며 이날 최고위를 열었다.
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최고위원회의에서 허 대표와 조 최고위원의 파면을 위한 당원소환 투표를 24~25일 진행한다고 밝혔다. 결과는 26일 긴급 최고위를 열고 발표할 예정이다. 천 원내대표는 전날 당원소환 실시 안건을 의결하면서 허 대표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자신이 대표 직무 대행이라고 밝힌 천 원내대표는 “바야흐로 대행의 시대”라며 “과반 당원의 의사가 결집해 당원소환이 청구됐다면 이제는 본인의 지위나 권한만 강조할 게 아니라 왜 이렇게 됐는지 겸허히 되돌아볼 때”라고 허 대표를 꼬집었다. 천 원내대표 측에 따르면 개혁신당 진성 당원인 으뜸당원(2만4716명)의 50.68%(1만2526명)가 허 대표 당원소환 실시에 동의했다.
같은 시간 허 대표는 개혁신당이 원래 최고위를 여는 국회 본관 회의실에서 별도 최고위를 주재했다. 허 대표는 “국민의힘조차 (2022년) 이준석을 축출할 때 최소한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려 했다”며 “가처분 신청을 포함함 모든 적법한 방법으로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했다. 이준석 의원이 국민의힘에서 대표직을 박탈당할 때 그랬던 것처럼 가처분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얘기다. 허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도 “윤석열에 맞섰던 이준석처럼, 허은아도 부당한 사당화에 같은 방식으로 저항하겠다”고 썼다.
허 대표는 같은 시간 천 원내대표가 주도한 최고위를 “사실상 사적 모임”이라고 비판하며 “사적 모임에서 어떤 내용을 의결할 수 있는지 묻고 싶고, 처음부터 사적 모임이기 때문에 그 결과에 대해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허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선 최고위원에 조용진 전 대변인을, 사무총장에는 류성호 전략기획부총장을, 조직부총장에 최인철 조직특보를 각각 임명했다.
개혁신당의 내전은 이처럼 막장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창당 1주년이던 지난 20일 개혁신당 최고위에선 허 대표 당원소환 요청서를 회의장에 반입하려는 이준석계와 이를 막으려는 허 대표 측 인사들이 몸싸움을 벌어기도 했다. 양측은 서로를 향해 “당을 사유화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주도권 다툼은 대선 후보 선출 문제로 옮겨붙는 모습이다. 허 대표는 22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여론조사를 보면 개인플레이로는 (이준석 의원 지지율이) 7~8%를 넘기 어려워 확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준석만을 위한 정당으로는 안 된다”고 했다. 반면 천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최고위에서 “당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다”며 “저를 포함한 허은아 2기 지도부는 실패했다”고 했다.
국회 특별방문단원으로 일본 출장 중인 이준석 의원은 20일 페이스북에 “그냥 절차대로 가면 안 될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쓴 뒤 아직까지 당내 문제에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