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리퍼 신고 나타난 김건희…폴란드 호텔, 충격의 훈시

2025-09-15

실록 윤석열 시대

1회 프롤로그

소파에 몸을 내던지며 넥타이를 잡아 풀던 A가 동작을 멈췄다. 짧디짧은 동구(東歐)의 여름밤, 부지런한 새벽 해와 시차의 방해를 피해 몇 시간이라도 숙면을 취하려던 계획은 수포가 됐다.

‘공군 1호기’가 폴란드 쇼팽 국제공항에 도착한 건 몇 시간 전, 보다 구체적으로는 2023년 7월 12일 오후 6시(현지시간)였다. A는 그가 모시던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그로부터 이틀 전인 7월 10일 리투아니아에 도착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 상태였다.

대통령은 대규모 순방단을 이끌고 있었다. A를 포함한 국무위원과 대통령실 참모들은 물론이고 89개 기업과 단체로 구성된 경제 사절단까지 동행했다.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이 부쩍 관심을 보이던 한국의 방위산업과 원전 등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예정에 없던 대통령의 호출은 A를 불안하게 했다.

‘대규모 순방인데도 성과가 적다고 질책하시려는 건가?’

A는 내려놓은 긴장감을 다시 장착하고 풀어헤친 넥타이를 다시 올려맨 뒤 대통령의 이동 집무실 겸 숙소인 그 호텔의 최고급 객실로 향했다. 검문검색 후 그 공간에 들어선 A는 일단 안도했다. 불려온 건 그만이 아니었다. 장관, 참모들이 이미 빼곡하게 자리해 있었다.

대통령은 테이블 한가운데에서 그들을 맞았다. 다행히도 표정이 밝았다. 자리가 어느 정도 찼다고 판단한 대통령이 목을 풀기 시작했다. ‘지방 방송’이 일제히 소거되면서 그 공간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

바로 그때 그 진공의 침묵을 깨고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옷감이나 가죽이 딱딱한 물체를 스칠 때 나는 듯한 그 마찰음은 규칙적이었다. 소리는 점점 커졌고, 점점 가까워졌다. 그건 슬리퍼에서 나는 소리였다. 그걸 꿰찬 채 모습을 드러낸 건 김건희 여사였다. (이하 경칭 생략). 그 직후 모두가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들어가며

윤석열 정권 1060일 동안 용산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특검팀 수사와 재판이 끝날 몇 년 뒤에나 궁금증을 풀 수 있을까요? 법적 판단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소장과 판결문에 담기지 않을 내용들은 그냥 묻히는 걸까요?

이런 의문에 천착한 더중앙플러스는 지난 정권 당시 용산·여의도 및 그 주변에서 활약 또는 암약했던 핵심 공선(公線)·비선(秘線) 인사 수십 명을 직접 만나 생생한 증언을 들었습니다. 결과물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부터 그 채집물 보따리 속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 씨줄과 날줄로 꿴 뒤 몇 개의 계절 동안 굽이굽이 펴보겠습니다. ‘윤석열 vs 한동훈’ ‘윤석열의 1060일’에 이은 세 번째 윤석열 전 대통령 시리즈인 동시에 ‘박근혜 회고록’ ‘성공한 노무현, 실패한 노무현’ ‘전두환 비사’ 등에 이은 최신 대통령 시리즈인 이번 연재물에 오랜 동행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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