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수 사상 최고치 기록
노선 벗어난 인사엔 강한 처벌
전쟁 반대 부호들은 해외 이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러시아 최상위 부호들의 자산은 오히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방위산업 등 정권 친화적 사업을 통해 부를 축적하며 체제에 묵시적으로 동조하는 집단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하는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BBI)에 따르면 올해 들어 러시아 최상위 부호들의 자산은 총 181억달러(약 25조9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최대 철광석 생산업체 메탈로인베스트의 주주인 알리셰르 우스마노프는 올해 들어서만 53억2000만달러를 벌어들여 순자산이 185억달러로 늘었다. 텔레그램 공동 창업자인 파벨 두로프는 올해 24억4000만달러를 더 벌었고, 러시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와일드베리스 창업자인 타티야나 김도 6억5400만달러를 추가로 벌어들였다.
BBC는 28일(현지시간) “전쟁 기간 러시아의 억만장자 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제재는 초부유층을 정권의 반대편으로 돌려세우는 데 실패했고 당근과 채찍을 병행한 정책은 이들을 사실상 정권의 조용한 후원 세력으로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전쟁 초기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포브스에 따르면 전쟁과 제재, 루블화 약세의 여파로 2021년 4월 117명이던 러시아 억만장자 수는 2022년 4월 83명으로 급감했다. 이들은 약 2630억달러(약 377조원)의 자산을 잃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평균 자산의 27%에 달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후 이들은 전쟁 경제에 편입되면서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전쟁을 위한 대규모 재정 지출은 2023~2024년 러시아 경제성장률을 연 4%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2024년 기준 러시아 억만장자의 절반 이상은 군수물자 공급에 직접 관여했거나 전쟁의 수혜를 본 것으로 파악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충성파에게는 이익을 허용하는 한편, 노선을 벗어난 인사에게는 처벌을 가하는 ‘당근과 채찍’ 정책을 펴왔다.
대표적 사례가 한때 러시아 최고 부호로 꼽힌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다. 그는 반푸틴 민주화 단체를 설립한 뒤 10년간 수감됐고 그가 보유하고 있던 석유회사 유코스는 국유화됐다. 러시아 2위 은행을 소유하고 있던 올레그 틴코프 역시 SNS에서 전쟁을 “미친 짓”이라고 비판한 뒤 은행 지분을 헐값에 매각해야 했다. 틴코프는 당시 매각가가 실제 가치의 3%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결국 약 9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잃고 러시아를 떠났다.
전쟁에 반대하던 억만장자 상당수는 이미 러시아를 떠난 상태다. 모스크바타임스에 따르면 포브스 억만장자 명단에 올랐던 러시아 사업가 200명 중 49명이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2~3월 러시아를 떠났다. 이들 중 17명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으로 향했으며 스위스(5명), 튀르키예(5명), 프랑스(4명) 등도 주요 목적지였다.
반면 러시아에 남은 재벌들은 푸틴 정권에 충성하는 방식으로 오히려 부를 키워왔다. BBC는 서방이 제재를 통해 러시아 억만장자들을 가난하게 만들고 정권에 반기를 들게 하려 했다면 그 시도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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