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차이잉원 전 대만 총통이 지난달 영국을 방문해 상·하원에서 연설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영국 외무부가 중국과의 관계를 들어 무산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비드 라미 영국 외무장관의 중국 방문과 일정이 겹치기 때문에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는 의사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지난 7월 초 총선에서 14년 만에 정권을 잡은 영국 노동당 정부는 이전 보수당 정부와 달리 그동안 소원했던 중국과의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4일(현지시간) "차이잉원 전 총통이 지난 10월 16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영국을 방문할 예정이었다"면서 "하지만 영국 외무부가 개입하면서 일정은 취소됐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만 측은 지난 8월 영국 상·하원 의장에게 편지를 보내 "차이잉원 전 총통이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영국 런던을 방문할 예정"이라면서 "(이 기간 중에) 영국 의회의 초청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편지는 "차이잉원 전 총통이 영국 의원들에게 연설하고 하원의장실에서 열리는 리셉션에 참석하는 것을 매우 가치있게 여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영국 외무부는 시기가 적절치 않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당시 영국 외무부 영연방개발청(FCDO)은 당시 대만 측에 "라미 장관이 중국에 친선 방문할 예정이다. 이 방문이 무산될 수 있으니 (차이잉원 전 총통의 영국 방문을) 잠시 연기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결국 차이잉원은 영국 대신 프랑스 의회를 방문했다.
가디언은 "차이잉원이 내년 봄 영국 의회를 방문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지만, 그때에는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의 중국 방문이 예정돼 있다"면서 "영국 정부는 두 일정이 충돌하지 않기를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인 보수당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프리티 파텔 전 재무장관은 "노동당 정부가 중국의 지정학적 위협에 대한 영국의 목소리를 억누르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노동당 정부는 최근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라미 외무장관이 지난 10월 18~19일 중국을 방문한 데 이어, 키어 스타머 총리는 이달 18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 회담을 열었다.
당시 스타머 총리는 "양국 간에 광범위한 공통 이익이 있다"면서 "영국은 중국과 경제 무역과 과학기술, 금융, 교육, 기후변화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교류 협력을 발전시켜 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