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11월 말, 허봉천 국제이사님께서 연락을 주셨다. 미국 ADA(American Dental Association)에서 collabo ration(협력) 제의를 한 것이다. 그렇게 11월부터 이민정 국제담당 부회장님, 허봉천 국제이사님, 황우진 홍보이사님, 덴탈빈 대표님이신 박성원 교수님, 그리고 필자는 ADA와 지속적으로 줌(zoom) 영상회의를 진행해 왔다.
ADA에서 제시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미국치과의사협회(ADA)와 대한치과의사협회(KDA) 의 공동 구강건강 정책 논의, 워크숍 및 학술대회 공동 주최, 공동 정책연구, 임상 진료지침(clinical guideline) 작성, 한국 내 치과대학이 미국 치과 인증위원회(CODA) 인증을 원하는 경우 지원을 위한 협력, 그리고 한국 치협의 보수교육 과정을 통해 미국 치과의사 보수교육 점수 일부를 상호 인정받을 수 있는 ADA의 CERP(Continuing Education Recognition Program) 인증이었다.
ADA에서 제시한 내용은 구체적이다. 단순 친목을 다지는 의미의 MOU체결과는 결이 다르다. 이 내용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정책 논의와 공동 정책연구” 그리고 CODA라고 생각한다.
우선 ADA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 치과의사협회이다. FDI(World Dental Federation,‧세계치과의사연맹)에서 가장 많은 투표권(대한민국의 3배 이상)을 가지고 있고, ADA에서 제시하는 clinical guideline(진료지침)은 세계 많은 나라에서 기준점으로 사용되며, ADA 공식 학술지 JADA(Journal of American Dental Association)는 가장 영향력 있는 치의학 학술지 중 하나이다. 먼저 한국 치협의 보수교육 과정을 통해 미국 치과의사 보수교육 점수 인정을 제시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임상 수준을 인정한다고 해석 할 수 있겠다.
두 번째로, 정책 논의와 공동 정책연구는 우리나라 치과계 발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보건정책은 의학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 치과계에 적절하지 못한 상황들이 빈번하다.

예를 들어, 몇 년 전 논란이 되었던 힐링 어버트먼트 사태의 원인은, 보건복지부 공고 제2022-404호 “재사용이 금지되는 일회용 의료기기 목록 공고”에서 “이식형 의료기기”에 “임플란트”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목록에는 인공심박동기 등 체내에 완전히 삽입되는 의료기기가 나열되어 있고, 골절 후 사용되는 정형외과 임플란트와, 치과에서 사용되는 임플란트, 그리고 치과 임플란트의 구성 부품들이 분리되어 있지 않다. 만약 이런 보건정책에 다양한 치과계 전문가들이 참여한다면 실질적으로 진료하고 있는 치과의사들에게 적합한 정책들이 수행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명성이 높은 ADA의 보건정책 연구소와 협업한다면 우리나라 보건정책에 치과계가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로 한국 치과대학의 CODA(미국 치과 인증위원회) 인증을 위한 지원은 한국 치과대학에서 졸업한 치과의사들이 미국으로 진출할 수 있는 중요한 발돋움이 될 수 있다. CODA 인증을 받은 치과대학에서 받은 졸업장은 미국 소재 치과대학에서 졸업한 것과 동등한 효력을 가지게 된다. 현재 한국 치과대학에서 졸업한 경우 미국 치과대학에서 본과 3, 4학년의 과정을 다시 거친 후 미국에서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생기지만, CODA 인증을 받은 학교에서 졸업한다면 바로 치과의사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따라서 ADA에서 먼저 이러한 사항을 제시한 것은 긍정적인 협력의 시도로 판단되었다. ADA International Member 또한 협력의 일부로 거론된 사항이었다. ADA 국제회원(International Member)으로 가입한 KDA 회원은 연간 60달러의 회비를 지불하고, ADA 학술지 JADA 열람, ADA 보수교육 강의 수강, 미국 최대 치의학 학술 행사 스마일콘(SmileCon) 등록비 할인, ADA 국제회원 증서와 로고 활용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는 협회 대 협회 계약으로, 기존 국제회원의 연회비 100달러에서 40% 할인된 가격이다. 물론 가입은 개인회원의 자율적인 선택이다. 협회 대 협회 계약으로 이루어진 국제회원 제도는 가입을 원하는 개인회원이 더 저렴한 가격으로 혜택을 얻을 수 있도록 진행했을 뿐이다.
첫 미팅부터 한국대표단은 이 협력에서 KDA 회원들이 가장 관심 있을 부분은 미국 치과의사 국가시험(INBDE) 응시 자격이라고 전달하였다. INBDE 응시 자격이 생긴다면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언급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단시간에 이루어질 수 없다. 미국 치과 국가시험은 각 주 치과의사협회와 주 정부 관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치과대학의 CODA 인증이 더 현실적인 방향이다. 이러한 논의가 수차례 영상통화로 이루어 진 후, 대한치과의사협회 100주년 행사에서 미국치과의사협회(ADA)와의 MOU 체결이라는 성과가 이루어졌다. 그 결과로 우리나라는 ADA가 처음으로 국제회원 가입을 허용하는 첫 파트너 국가가 되었다.
또 중요한 점은, collaboration제시를 한 마르코 부이치치(Marko Vujicic) 부회장은 ADA 국제협력 총괄책임자로, 임기가 1년 뿐인 ADA 회장과 달리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소통이 가능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Marko는 한국치과계의 높은 수준을 인정하고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ADA와 KDA의 MOU는 앞으로 수년간 있을 수많은 논의의 첫 단계이다. 하지만 그 시작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명언처럼, 어떤 일이든 시작이 가장 중요하다. 시작이 없이는 성취도 이룰 수 없다. 대한민국과 미국 치과계가 상호 발전을 위한 협력적 파트너십을 형성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