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만→미국만 변경 말라”…멕시코, 구글 상대로 소송

2025-05-10

구글이 멕시코 정부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미국인을 위한 구글 지도 서비스가 기존의 멕시코만(Gulf of Mexico)이란 지명을 ‘미국만’(Gulf of America)으로 바꾼 것이 멕시코 국익을 훼손한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만으로의 개칭(改稱)을 일방적으로 강행했고, 구글은 이를 자사 지도 서비스에 반영했다.

9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미국 사용자를 위한 구글 지도에서 멕시코만을 미국만이라고 부르지 말라는 반복적인 요청을 무시한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소송을 멕시코 법원에 냈는지, 아니면 미국 법원에 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구글은 멕시코 대통령의 발표 내용에 관한 반응을 묻는 BBC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셰인바움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하루 전인 8일 미국 연방의회 하원이 표결 끝에 모든 연방정부 기관에서 미국만이란 이름을 사용하기로 결정한 데 대한 항의 차원으로 풀이된다. 하원은 여당인 공화당이 220석으로 과반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취임 직후 행정명령을 통해 멕시코만의 이름을 미국만으로 변경했다. 멕시코만은 미국 남동부와 멕시코 북동부, 그리고 섬나라 쿠바로 둘러싸인 바다를 일컫는 지명으로 오랫동안 국제 사회에서 통용돼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만은 우리의 바다”라고 강변하며 개명을 밀어붙였다.

이에 셰인바움 대통령은 “바다 전체의 명칭을 바꿀 권리가 미국에 없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구글이 백악관의 결정을 받아들여 미국 사용자를 위한 지도 서비스에 이를 반영키로 하자 시정을 요청하는 서한을 구글 본사에 보내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구글을 상대로 “멕시코 정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글은 “정부가 지명을 고치면 이를 반영해 온 오랜 관행을 따랐을 뿐”이란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멕시코인들이 쓰는 구글 지도 서비스에선 계속 멕시코만으로 표기할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국과 멕시코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막대한 양의 상품을 수출하는 멕시코를 상대로 고율의 관세 부과를 위협한 데 이어 최근에는 마약 카르텔 퇴치를 명분으로 내세워 미군의 멕시코 파병을 제안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미군이 멕시코 영토에 진입하는 것은 주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거절했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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