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영의 시대정신] 〈27〉보라매, 대한민국 미래 100년을 밝히다

2024-10-09

최근 보라매를 조립하고 있는 공장 안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전투기 조립공장은 일반 공장 건물과는 다르다. 층고가 높다. 내부는 넓다. 항공기 조립공장의 특징은 기둥이 없어야 한다. 그래서 복층이 불가하다. 조립동 하나에 축구장 3개 정도 넓이가 필요하다. 완성된 항공기를 택시(견인)하기 용이해야 한다. 공장 위치의 특수성이 있다. 활주로 인근에 있어야 하며 활주로의 지평과 같이 수평을 이루고 있어야 한다.

FA-50 조립 라인에는 복열로 전투기가 조립 공정 중에 있다. 조립 첫 단계에서 세 덩치로 나뉘어진 동체를 하나로 합치는 공정이 있다. 조립공정을 혁신했다. 동체를 삼분해 부분 조립된 것을 라인에서 한 동체로 결합시킨다. 정열 허용오차는 머리카락 직경의 3분의 1 수준으로 관리한다. 기존 전투기 생산국들보다 생산성있는 방법을 쓰고 있다. 모듈화의 이점을 활용하고 있다. 10대 정도가 조립 중이다. 말레이시아로 배송될 전투기다.

전투기 소요국은 기종을 선택하는데 보통 7~8년은 걸린다. 기종이 결정되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빨리 빼달라고 조른다. 작년 폴란드 납품분은 공군에 납품할 것을 돌려막기했다. 현재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수주 후 납품까지 3년의 리드 타임이 필요하다. 이 필수 기간을 어떻게 줄이느냐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관건이다. 보라매에 대해 본격 수주 협상이 진행될 때 납기가 가장 뜨거운 핫 이슈가 될 것이다. 경쟁국(프랑스 등)보다 납기를 짧게 실현할 수 있는 기술과 능력을 갖춰야 한다.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미들급 전투기 소요량은 1000여 대이며, 미 해군, 공군이 500여대 소요가 있다. 대한민국이 생산하는 전투기가 전투기 선진강국과 경쟁할 시장 규모이다. 최상의 마케팅 전략이 요구된다.

라인을 신설하기 위한 공장 증축을 고려해 본다. 현재 가용할 만한 부지가 주변에 없다. 증설할 공장 부지가 문제이다. 전투기의 조립생산 라인 증설에 따른 공장 부지의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할 것이다. 최근 미 보잉사도 라인을 증설하면서, 기존 공장과 떨어진 새로운 장소에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효율성이 떨어진다. 확장성을 염두에 두고 장기적 관점에서 용지 사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전투기 생산 사업자로서의 엔터프라이즈 아키텍처(EA)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 최근의 수요자들의 요구는 요구작전성능(ROC) 이외에 납기성, 확장성, 유지보수성 등이다. 전투기 수출국 중 후발 주자인 KAI는 남다른 EA를 수립하고 이를 구현해 나가야 한다. 또 최적의 EA를 설계하고 이행하는 인적자원을 개발하고 유지해야 한다.

EA에는 몇 가지 주요 요소들이 포함된다. 비즈니스 목표와 전략을 명확히 이해하고 로드맵화해 실천해야 한다. 국방경제의 이론을 활용한다. 변화관리 능력이 효율적이어야 한다. 기술 트렌드를 따라가고, 비즈니스 전략과 기술 발전을 조화롭게 연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비즈니스와 아이티의 교차점에서 양쪽을 아우르는 능력과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핵심이다. 발주 후 납품까지의 리드 타임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전투기를 만드는 기술은 한 면에는 설계 및 부품 제조 기술과 다른 면에는 조립 생산 공정, 신뢰성 기술, 이렇게 크게 양대 산맥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시간의 축적이 필요하다. 물리와 화학 수학 등 기초 과학과 10만여 대의 전투기에 대한 전 주기 관리 및 정비 이력, 전자파 반응 및 추락 원인 등에 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후자는 대한민국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EA가 탄탄해야 한다. 첨단 스마트 팩토리를 구현할 수 있다.

스마트 팩토리가 어느 정도인지를 식별하는 수단이 있다. 정보기술의 활용 정도와 역량에 따라 스마트 팩토리를 4단계 구분할 수 있다. 고도화 수준:사이버 물리시스템(CPT)기반 맞춤형 유연 생산. 중간-성숙 수준:IT와 소프트웨어(SW) 기반 실시간 자율제어. 중간-초기 수준:광범위한 생산정보 실시간 집계 모니터링. 기초수준:생산 이력 추적 관리와 같이 구분한다면 현재 KAI의 수준은 '중간-초기 수준'에 있다고 판단된다. 3년의 리드 타임과 조립 라인에 있는 컴퓨터의 입출력 장치와 모니터를 보고 판단한 결과다.

1만개의 협력업체가 35만개의 부품으로 한 대의 전투기를 조립해 낸다. 협력업체는 여러 단계의 외주사 간 위계 속에서 활동한다. 각 위계를 티어라한다. 제1 티어(1차 벤더사)가 가장 높은 위계에 속한다. 10개 미만으로 관리한다. 1차 벤더사는 다시 10여개 정도의 2차 벤더사를 관리한다. 이러한 구조로 7~8차 아래까지 내려간다. 맨 아래 단계에서는 이 부품이 어디에 들어가는 것인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스마트 팩토리가 고도화 수준이 되면, 1만개의 협력회사들이 기업자원계획(ERP)에 의해 일사불란하게 부품명 수량 납기 등이 포함된 제조 명령, 스펙, 도면 등이 동시에 전파되고 진척이 관리된다. 리드 타임이 줄어들게 된다.

고객의 요구들을 분석해 보면 상호 간 상충 되는 요구도 있다. 상호 충돌이 생겨 모순 상태인 것이다. 이를 해결해 적정한 상태로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 트레이-오프 스터디가 필요하다. 세계 최상의 전투기가 되기 위해 이러한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하드웨어나 SW에서 오작동이나 에러가 발생할 수 있다. 미래지향적으로 오작동이나 에러가 발생하면 스스로 이를 억제 시킨후 임팩트를 최소화한 상태에서 임무 완성 후 기지로 무사 귀환하게 하는 결함 감내 기술(펄트 톨러런스)에 도전할 필요가 있다.

여호영 지아이에스 대표 yeohy_g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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