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 가담자들에 대한 법률 지원에 나선 변호사 가운데 일부가 과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법률대리를 맡거나 전 목사가 주도해 만든 정당 소속으로 출마하는 등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법원 난동 배후세력으로 꼽히는 전 목사와 극우정당을 연결고리 삼아 “애국 청년들을 구원하겠다”며 앞장서고 있다.
서부지법 사태로 구속된 사람은 26일 현재 6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19일 서부지법 사태 당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람은 86명이다. 이들 대부분은 ‘서부자유변호인단’의 법률 지원을 받고 있다. 서부자유변호인단은 지난 24일 “변호하는 사람 현황은 약 70명”이라며 “구속 재판이든 불구속 재판이든 재판까지 모두 변호한다”고 밝혔다.
서부자유변호인단에는 이하상·유승수 변호사 등 변호사 22명이 활동 중이다. 이들 중엔 과거 전 목사 사건에 변호인단에 참여했던 이들도 있다.
고영일 변호사는 자유통일당 대표를 지내며 2023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바 있다. 기독교 극우정당인 자유통일당은 전 목사와 사랑제일교회가 만든 기독자유당이 확대 개편된 정당이다. 고 변호사는 전 목사가 이끌었던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 목사는 2019년 범투본이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었을 때 “청와대 진격”을 외치기도 했다.
이하상 변호사(개명 전 이명규)도 다수의 민·형사 사건에서 전 목사 법률대리인을 맡았다. 이 변호사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사랑제일교회 대면예배 사건, 문 전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에서 전 목사를 변호했다. 유승수 변호사는 2020년 총선 때부터 선거무효 소송을 제기하며 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해왔다.
세 사람은 김용현 전 장관 변호인단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하상·유승수 변호사는 지난 23일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4차변론에서도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장관과 동석했다.
전 목사도 서부지법 난동 사태와 관련해 경찰 수사 선상에 올라있다.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과는 ‘전광훈 전담팀’을 꾸리고 전 목사가 서부지법 사태의 배후에서 역할을 했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전 목사는 서부지법 폭력 사태 당시 법원 7층 판사실 문을 부순 혐의로 구속된 사랑제일교회 ‘특임 전도사’ 이모씨와도 밀접한 관계라는 의혹을 받는다. 전 목사가 이씨는 최소 3년 전부터 알고 있었고 손해배상소송에서 공동 피고로 민사재판을 받았던 사실이 확인됐다.
일각에선 전 목사의 과거 사건을 변호했던 이들이 서부지법 사태 피의자들을 대거 변호하면서 전 목사의 배후 혐의를 감추려 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른바 ‘부정선거 음모론’으로 뭉친 이들이 전 목사의 혐의점을 숨기기 위해 말을 맞추거나 입단속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개인 유튜브에서 서부지법 사태 가담자들을 ‘자유애국 청년들’이라고 칭하며 연일 “담대하시라. 저희가 끝까지 지켜드리겠다”고 말하고 있다.
변호사가 특정 사건을 변론했다는 이유로 사회적 비난을 당해선 안 된다는 반론도 있다. 모든 피고인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고, 변호사 윤리장전 또한 변호사가 사건 내용이 사회 일반으로부터 비난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수임을 거절해선 안 된다고 정한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변호사를 통한 (피의자의) 방어권은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며 “특정 사건을 계기로 (기본권을) 제한하기 시작하면 다른 사건에서도 국가가 기본권을 제한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