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서 한달 만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다. 최근 고병원성 AI 발생으로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이 중단된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AI가 확산할 경우 닭고기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고병원성 AI 중앙사고수습본부는 20일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한 전통시장 가금판매소 두 곳에서 H5N1형 고병원성 AI 발생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가금농장 고병원성 AI 발생은 지난달 19일 충남 아산시의 한 토종닭 농장에서 확진 사례가 나온 뒤 31일 만이다. 이로써 2024∼2025년 유행기 전국 가금농장과 시장에서 확인된 고병원성 AI는 모두 48건으로 늘었다.
중수본은 지난 9일부터 전국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검사 과정에서 전통시장 가금판매소 두 곳에서 판매하는 오리 네 마리가 감염됐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중수본은 AI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라 즉시 초동대응팀을 투입해 출입을 통제하고, 추가 확산 방지를 위해 가금판매소에서 보유 중인 가금 145마리를 살처분하는 한편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또 광주와 인접한 전북·전남 소재 가금농장과 전통시장 관련 농장, 축산차량 등에 다음 날 오후 7시까지 일시 이동 중지 명령을 내렸다.
중수본은 환경에 남은 바이러스가 유입돼 고병원성 AI가 산발적으로 발생할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전국 가금농장과 전통시장에서는 의심 증상을 보이는 가금이 있으면 방역당국에 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중수본은 방역 강화를 위해 21∼23일 광주 소재 가금농장 6곳을 검사하고 21∼27일에는 광주 소재 전통시장에서 살아있는 가금의 유통을 금지하기로 했다. 또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전국 전통시장에서 살아있는 오리의 유통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고, 매주 수요일 ‘전통시장 일제 휴업·소독의 날’을 운영한다.
한달 만에 국내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함에 따라 닭고기 수급에도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국내 닭고기 수입량의 약 90%를 차지하는 브라질산의 경우 지난 15일 선적분부터 수입이 전면 금지된 상태다. 정부는 브라질의 고병원성 AI 발생에 따른 수급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태국 등에서 대체 수입하는 방안과 국내 공급 방안 등을 담은 닭고기 수급 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최정록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장은 “농장 주변 환경에 바이러스가 잔존할 수 있다”며 “지자체와 관계기관은 가금농가와 전통시장 등을 대상으로 방역조치를 차질없이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