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용 적응해 가는 건설업계···선진국형 절감 방안 뜬다

2024-09-25

급격히 오른 공사비에 어려움을 겪었던 건설업계가 '고비용'에 차츰 적응해 가는 모습이다. 부동산가격이 상승하면서 일차적으로 숨통이 트인 데다, 공사비 절감을 위해 기법들도 적극 도입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9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19로 전월보다 1포인트(p) 상승하며 넉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 2021년 10월(125) 이후 2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다.

서울에선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더욱 도드라진다. 한국부동산원 '9월 셋째 주(16일 기준)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16% 오르면서 26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세는 70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더욱 눈여겨볼 점은 오피스텔 시장이다. 오피스텔 매매가격 지수는 2022년 8월 이후 23개월 동안 하락을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 7월 하락을 멈춘 뒤 8월엔 0.03% 오르며 상승 전환했다. 아파트 가격 회복세에도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오피스텔까지 상승 분위기가 번지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 가격이 회복되면서 건설업계도 한숨을 돌리는 모양새다. 건설업계는 그간 인건비와 자재비 등 건설 원가가 오른 탓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가격이 회복돼 분양가를 높일 수 있게 되면서 사업성을 개선할 여지가 생긴 것. 인허가만 받아놓고 공사를 진행하지 못했던 현장들도 정상화되는 분위기다.

다만 원가 부담은 여전히 큰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대부분 건설사가 원가율이 95% 안팎으로 높다. 일부 건설사들은 원가율이 100%가 넘기도 한다. 금호건설(원가율 99.5%), 동부건설(100.2%), 신세계건설(102.7%) 등은 건물을 짓고도 아무런 수익을 남기지 못하거나 오히려 손해를 봤다.

곳곳에서 공사비 갈등이 끊이지 않는 것도 원가율과 관련이 깊다. 건설사 입장에선 공사비를 올리지 않으면 공사를 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인 탓에 물러설 수가 없다. 시행사나 조합 등 발주자 입장에선 공사비를 올려주지 않으면 PF 등에서 발생하는 금융 이자가 더 커지니 울며 겨자 먹기로 협상이 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최근엔 공사비 절감을 위해 다양한 수단이 동원되고 있다. 새로운 공법이나 자재를 도입하거나,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 비용 절감 방안을 찾아내는 식이다. 건설사 중엔 신공법이나 신자재를 찾기 위한 공모전을 여는 곳도 있다. 호반건설, 코오롱글로벌, HL디앤아이한라 등은 협력사와 건설기술자들을 대상으로 공모전을 매년 열고 있다.

기술적으로 공사비를 절감해 주는 용역도 시장이 형성‧확대되고 있다. 설계VE는 디자인 설계를 비용 절감‧기능 강화 측면에서 재검토해 비용을 줄이고 품질을 높이는 방법이다. 발주자를 대신해 사업성 검토부터 설계‧시공‧현장관리 감독을 수행해 주는 CM(건설사업관리)도 수요가 커지고 있다.

관련 용역에 인센티브제를 적용하는 현장도 늘어나는 추세다. 공사비 절감액과 품질향상에 비례해 추가 비용을 지급해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다. 조승연 에이치앤씨건설연구소 대표는 "이전까진 평당 공사비 많이 들지 않아 VE나 CM의 필요성이 덜 부각됐다"면서 "최근엔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비용을 내더라도 절감되는 부분이 더 큰 상황이 되면서 관련 분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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