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3년차 SK하이닉스가 40년 역사를 말하는 이유

2025-05-12

"현대전자·LG반도체도 한 역사"

계보 잇는 '위기극복 DNA' 강조

AI 메모리 1위 도약 뒤엔 '원팀 스피릿'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SK하이닉스가 자사의 역사를 2012년 SK그룹 편입 시점이 아닌 1983년부터 시작된 여정으로 풀어내고 있다. 현대전자 시절부터 이어진 기술, 인재, 조직문화를 모두 계승한 '위기극복 DNA'의 연속성에 주목한 해석이다.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로 올라선 지금, 이들의 정체성은 과거까지 아우르는 '원팀 스피릿(One Team Spirit)'에 뿌리를 두고 있다.

◆소유는 바뀌어도 정신은 그대로

12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회사가 글로벌 AI 메모리 시장 1위 자리에 오른 배경에는 단단한 기술력과 함께 '원팀 스피릿'이라는 조직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단순한 기업문화 차원을 넘어, 위기 때마다 기회를 만들고 후발주자에서 세계 최고 반열에 오른 원동력이라는 설명이다.

흥미로운 점은 SK하이닉스가 현재의 정체성을 2012년 SK그룹 인수 이후로 한정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983년 반도체 산업에 발을 처음 들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1949년 국도건설 주식회사로 설립돼 1983년 2월 현대전자산업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당시 현대그룹은 반도체산업에 진출하면서 국도건설을 인수했다. 현대그룹이 건설사를 인수한 이유는 당시 국도건설이 경기도 이천에 30여 만 평의 땅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이 땅을 반도체 공장 부지로 사용했다.

SK하이닉스는 1983년 현대전자가 반도체 산업에 뛰어든 시점부터 하이닉스반도체, 그리고 2012년의 인수를 포함한 40여 년의 여정을 모두 'SK하이닉스의 역사'로 통합적으로 해석한다. 여기에는 단순한 인수합병을 넘어, 기술과 사람, 조직문화의 연속성을 이어받은 '위기극복 DNA' 계승자로서의 자신감이 담겨 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현대전자 시절부터 LG반도체 인수(1998년), 글로벌 D램 경쟁에서의 기술 추격, 2001년 워크아웃과 닷컴 버블이라는 삼중고, 이를 극복한 블루칩 프로젝트(0.15 마이크론 공정 개발) 등 수많은 고비를 넘어왔다.

그 모든 시기마다 '노사불이(노동자와 회사는 한 몸)', '150 작전(100일 동안 수율 50% 달성)', '무급휴직 동참' 등 구성원들이 하나 돼 위기를 넘긴 장면들이 반복됐다. 기업 소유권은 바뀌었지만, 그 안의 기술, 공정, 인재, 그리고 조직 문화는 그대로였다는 점에서 SK는 이를 '한 몸의 역사'로 정리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SK하이닉스 4명의 사장 중 3명이 현대전자 시절부터 회사를 키워 온 인물들이다. 현재 대표이사(CEO)인 곽노정 사장이 지난 1994년 현대전자 시절에 입사를 했고, 안현 개발총괄 사장, 김주선 AI 인프라 담당 사장도 모두 현대전자 출신이다. 송현종 코퍼레이트센터 담당 사장은 SK텔레콤 출신이다.

◆HBM으로 증명한 '원팀'...AI 메모리 승부수

SK그룹 편입 이후에도 원팀 스피릿은 더욱 진화했다. SK그룹은 하이닉스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수조 원대 투자를 감행하며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고, 이를 바탕으로 구성원 성장 프로그램, 수평적 소통, 협업 중심의 조직문화를 정착시켰다. 이 같은 변화는 곧 기술 혁신으로 이어졌다. 10나노급 DDR5 D램, 초고층 4D 낸드, 고용량 SSD 등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며 매출과 이익 모두 최대치를 경신했다.

무엇보다 AI 시대의 핵심으로 떠오른 고대역폭 메모리(HBM) 경쟁에서 SK하이닉스는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2009년부터 준비한 HBM 기술은 TSV(Through Silicon Via), MR-MUF(Mass Reflow Molded Underfill), 어드밴스드 MR-MUF 등 독자 공정을 바탕으로 진화해왔고, 최근에는 HBM4 12단 샘플을 세계 최초로 고객사에 공급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120조 원을 투자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청주 M15X, 미국 인디애나 공장 등 대규모 인프라 확대에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기획, 설계, 소자, 패키징, 고객 대응까지 모든 과정에서 전 부문이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풀 스택 AI 메모리 프로바이더' 전략이 바로 원팀 스피릿의 결정판"이라고 설명했다.

syu@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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