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걸 어떻게 봐야 하나. 지난달 공개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글로벌 기업 총수 40여 명의 사진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한국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참석했다. 시진핑의 힘, 차이나 파워가 실감 난다. 시 주석은 다국적 기업 CEO들에게 “이전에도, 지금도, 또 앞으로도 중국은 이상적이고 안전하며 유망한 투자처”라며 대문을 열고서도 쪽문에는 빗장을 거는 일 따위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가 27% 이상 줄고 올해 1~2월 또다시 20% 이상 감소한 걸 의식한 발언일 게다. 시 주석은 또 “남의 등을 끈다고 자신이 밝아지지 않는다. 남의 길 막으면 끝내는 자신의 길도 막힌다”고 미국을 때리는 말도 했다. ‘국제 공상계 대표 회견’이란 이름이 붙은 이번 행사가 마음에 들었는지 시 주석은 “앞으로 정기적으로 이런 자리가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데 과연 그렇게 될까? 뭔가 개운치 못하다는 느낌이 든다. 글로벌 기업 총수라면 무지 바쁜 사람이다. 하루 일정도 시간과 분 단위로 쪼개 움직여야 하는 귀한 몸이다. 이런 세계적 인물 40여 명을 한데 모으는 건 쉽지 않다. 여기에 중국의 주도면밀한 계획이 작동한다. 두 개의 국제 포럼을 활용하는 것이다. 올해의 경우 3월 23~24일 베이징에서 중국발전포럼을 개최한 데 이어 25~28일에는 중국 남부에서 보아오포럼을 열었다.
초청을 받은 글로벌 VIP들에겐 시진핑 주석을 만나게 될 것이란 언질이 간다. 문제는 정확하게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시 주석을 만날지 모른다는 점이다. 국가주석의 일정과 관련된 사항은 특급 비밀이니 당연히 양해해야 한다. 그렇게 중국에 오게 된 세계 경제계의 귀한 몸들은 중국에서 거의 일주일이나 울며 겨자 먹기로 머물러야 한다. 자연히 시간적 여유가 생기고 이는 중국 기업을 찾는 일정으로 이어지기 쉽다.
중국 정부로선 중국 기업과 세계 유수 기업 간 협력을 촉진하는 망외(望外) 소득도 얻는 셈이다. 그러나 기업 총수 입장에선 중국발전포럼에 맞춰 3월 22일 중국에 가 시 주석을 만나고 28일 돌아오면 꼬박 7일을 중국에서 보내게 된다. 글로벌 기업 CEO가 그렇게 한가한지 의문이 든다. 그것도 단독 회담이 아닌 집단 면담이다. 과연 이런 모델이 지속할 수 있을까?
중국에선 행사를 잘 치렀다며 만족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시 주석 바람대로 정례화되기 위해선 뭔가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