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승→5승→5승→10승’ 막내 페퍼의 창단 멤버 이한비는 꿈꾼다 …“팀과 함께 성장하고 싶어요”

2025-02-20

36경기 중 10승. 여자배구 막내 구단 페퍼저축은행의 올시즌 목표 승수였다. 정규리그 1위나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비하면 초라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만년 꼴찌’라고 불리던 팀에는 매우 현실적인 목표였다. 2021년 창단한 페퍼저축은행은 첫 시즌 3승에 그쳤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시즌은 5승에 머물렀다.

아웃사이드 히터 이한비(29)는 페퍼저축은행 창단 멤버다. 2015~2016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로 흥국생명에 입단한 그는 ‘신생팀 특별지명’을 통해 페퍼저축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이적 후 3시즌 연속 압도적 꼴찌. 그러나 이한비는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페퍼저축은행은 그에게 다시 배구를 할 기회를 준 팀이다.

이한비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통화에서 “흥국생명에서는 시합을 많이 못 뛰었다. 부상도 겹쳐서 배구를 오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며 “‘배구를 그만둬야 하나’ 라는 생각까지 했는데, 페퍼저축은행 이적이 배구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이한비는 흥국생명에서 6시즌간 83경기밖에 뛰지 못했다. 페퍼저축은행으로 온 뒤로는 초대 주장까지 맡으며 단번에 주축 선수로 발돋움했다. 그는 “어린 선수들이 많은 팀이었지만, 그 속에서 배우는 게 많았다”며 “운동량이 많았고, 경기도 많이 뛰며 실력이 점점 늘었다”고 설명했다. 첫 시즌부터 31경기에 출장한 이한비는 현재까지 팀의 주전 날개 공격수로 활약 중이다.

팀 내 존재감이 커지면 성적에 대한 책임감도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이한비는 “잘하는 팀들을 이긴다는 게 정말 어렵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팀을 위해 더 해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그러지 못해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며 “돌이켜보면 팀이 계속 지고, 꼴찌를 하는 게 제일 속상했다”고 전했다.

이한비는 팀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 그는 “여전한 숙제지만, 아웃사이드 히터로서 리시브를 강화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며 “처음 주장을 했을 땐 어린 후배들을 많이 도와주려고 노력했다”고 이야기했다. 이한비는 페퍼저축은행에서 첫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했고, 국가대표로도 선발됐다.

V리그 4번째 시즌, 페퍼저축은행은 더 이상 무력한 팀이 아니다. 장소연 감독이 지휘하는 페퍼저축은행은 올시즌 구단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지난해 12월29일 ‘디펜딩 챔피언’ 현대건설을 상대로 구단 한 시즌 최다 6승째를 거뒀다. ‘5승 벽’을 넘지 못했던 페퍼저축은행에는 의미 있는 진전이다.

테일러 린 프리카노, 박정아에 이어 팀 내 득점 3위(294점)를 기록 중인 이한비는 “장소연 감독님이 섬세하게 지도를 해주셔서 잘 배워가고 있다”며 “시즌 초반 분위기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좋았다. 배구가 잘 안 될 때 어떻게 이겨내는지가 중요할 것 같다”고 짚었다.

이한비는 특별한 개인 목표가 없다. 그는 “우선 팀이 잘 됐으면 좋겠다. 창단 멤버로서 팀과 함께 크길 바란다”며 “지난 3년간 꼴찌를 했는데, 올해는 한 단계 넘어섰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봄배구하는 상상을 안 해본 건 아니지만, 지금은 매년 한 단계씩 순위를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웃었다.

꼴찌 팀을 묵묵히 응원해준 팬들에 대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이한비는 “잘하든 못하든 열심히 응원해주셔서 늘 감사하다”며 “팬들과 함께 많이 웃을 수 있도록 코트에서 더 열심히 하겠다”고 전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19일 광주 홈팬들 앞에서 강팀 정관장을 세트스코어 3-0으로 완파하며 이번 시즌 10번째 승리를 따냈다. 5위 한국도로공사와 승점 차를 지운 페퍼저축은행은 최하위 GS칼텍스와 격차도 6점으로 벌렸다. 남은 7경기 결과에 따라 탈꼴찌 그 이상 성적도 바라볼 수 있다.

이한비의 바람처럼 페퍼저축은행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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