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2016년 3월 출시 이후 '절세(節稅) 만능통장'으로 불리며 한때 가입 열풍이 불었던 은행권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가입조건 완화에도 금융소비자들의 무관심 속에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ISA는 통장 하나로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어 '만능통장'으로 불린다. ISA는 운용 방식과 투자 가능 상품에 따라 신탁형(은행), 일임형(은행·증권사), 중개형(증권사)으로 나뉜다. 신탁형은 가입자가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상품을 정하는 방식으로, 예금과 펀드, ETF(상장지수펀드), 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 등을 담을 수 있으며, 일임형은 금융사가 미리 만든 포트폴리오 내에서 운영이 가능하다. 2021년 신설된 중개형은 주식, 펀드, ETF, 채권, 리츠 등 국내 상장된 주식도 매수할 수 있다.
ISA는 만기까지 가지고만 있으면 일정 부분 비과세,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절세에 목마른 금융 소비자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인기도 잠시, 국내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증권사의 중개형 ISA와 달리 은행에서 가입하는 신탁형 ISA의 운용 상품은 제한적이라는 점이 널리 알려지면서 은행 ISA 투자 인기는 시들해졌다.
은행권 ISA 총 가입자 수는 작년 11월 30일 기준 93만1958명으로 최근 5년래 처음으로 100만명을 밑돌았다. 지난 2021년 101만명대를 기록한 가입자 수는 이듬해 105만명을 넘어서는 등 한때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2023년 하락세로 돌아서 100만명을 겨우 돌파하더니 2024년에는 93만명대로 주저앉았다. 180만명에 육박하던 2020년과 비교하면 4년 만에 반토막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금융당국이 2021년 조세특례제한법까지 개정해가면서 효율적인 자산 관리 수단으로 ISA를 권장하고 ISA 가입 문턱을 크게 낮췄던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수치다. 당초 ISA는 소득이 있어야만 가입할 수 있었지만, 2021년 당국은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만 15세 이상이라고 해도 직전연도에 근로소득이 있다면 가입 자격을 부여했다. 목돈이 오래 묶여있다는 금융 소비자들의 불만에 의무 보유 만기 기간도 이전 5년에서 3년으로 줄였다.
가입 문턱을 낮춰도 은행권 ISA 인기가 수년간 유의미하게 반등하지 못하자 관련 상품 개발은 물론 고객 확보 움직임도 뜸해졌다. 실제 작년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ISA 고객을 늘리기 위해 이벤트 등에 나선 곳은 신한은행, NH농협은행 단 두 곳에 불과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투자에 적극적인 금융소비자일수록 증권사의 중개형 ISA를 선호할 텐데, 좀처럼 늘지 않는 은행 ISA 가입자를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상품 개발, 마케팅에 나서기에는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ISA와 연동해 실시간으로 주가를 파악하는 프로그램, 증권사에 지불하는 수수료 등을 감안하면 수익을 내는 것도 쉽지 않은 구조"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올해 또 한 번 혜택 강화에 나서 이목이 모인다. 지난 2일 정부는 새해 경제정책방향을 내놓으면서, 그간 1인당 1개만 만들 수 있었던 ISA 계좌를 여러개 만들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ISA 납입 한도를 기존 연 2000만원에서 4000만원(총 2억원)으로 두배 확대하고 비과세한도 역시 연 200만원에서 500만원(서민·농어민용 1000만원)으로 상향하는 방안도 재추진하기로 했다. 이외 금융소득 종합과세자를 대상으로 국내 상장 주식과 국내 주식형 펀드에만 투자할 수 있는 '국내 투자형 ISA'도 새로 만든다.
하나금융연구소는 15일 '대한민국 금융소비자 보고서 2025'를 통해 "ISA의 경우 여전히 ISA가 무슨 상품인지 모른다는 소비자가 41%나 되고, ISA를 알더라도 가입까지 이어진 소비자는 16%에 불과해 잠재 수요가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ISA 계좌를 이미 보유한 경우 상대적으로 은행 가입자는 증권사로의 이동 거래 의향이 높았다"면서 "은행은 소비자가 은행에서 거래할 때 기대하는 장점, 즉 '안정+투자'의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 세심한 관리, 타상품(카드 등) 거래와 시너지 등에 부응할 수 있도록 차별화 가치를 어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