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찰위원회 결정은 기만이다

2025-04-17

LA경찰위원회는 지난해 5월 LA한인타운에서 양용(당시 40세)씨에게 총격을 가한 안드레스 로페즈 경관을 징계하지 않기로 지난 10일 결정했다. 사건 발생후 거의 1년만에 나온 결과는 실망스러움을 넘어 분노를 자아낸다.

경찰위원회는 총격 직전 전술에는 문제가 있었다고 만장일치로 인정하면서도, 정작 총격 자체는 정당했다고 3대 2로 판결하는 모순적인 결정을 내렸다. 이는 명백히 유족과 한인 사회 전체를 기만하는 처사이며, 정의롭지 못한 결과다.

사건 당시 양씨는 정신질환으로 아픈 환자였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정신 건강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그에게 도착한 것은 따듯한 치료의 손길 대신 차가운 총구였다. 경찰은 양씨가 칼을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대치한 지 단 8초 만에 그의 생명을 앗아갔다. 총격에 이르기까지 전술상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한 상황에서, 과연 치명적인 무력 사용 외에 다른 선택지는 정말 없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양씨 사건에 대한 분노의 또 다른 축은 되풀이되는 ‘기시감’이다. 본지 기사 아카이브에 따르면 경찰 총격에 의한 한인 사망건은 37년 전부터 반복되어 왔다. 1987년 롱비치에서 이홍표(당시 21세)씨가 교통위반으로 적발된 뒤 정차명령을 무시한 채 달리다 셰리프 요원 5명으로부터 집중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양씨 사례와 가장 흡사한 피해자는 2007년 숨진 마이클 조(당시 25세)씨다. 당시 조씨는 쇠지레(Crowbar)를 버리라는 경관 명령을 무시하고 등을 돌렸지만 해당 경관들은 10여 차례 총격을 가했다.

이제 한인 사회는 “참을 만큼 참았다”고 외쳐야 할 때다. 비극이 반복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살상 무기 사용과 무력 진압 기술을 우선시한다는 LAPD의 지침이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경찰의 훈련 방식과 위기 대처 매뉴얼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또 사건 발생후 반복되어온 경찰 조직의 ‘셀프 면죄부’를 막기 위해 투명하고 공정한 조사를 요구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묻는 시스템 구축을 촉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정치력을 더욱 키워야 한다. 영향력있는 정치인을 구심점으로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맞서 공동으로 대응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안전망 구축에 힘써야 한다.

경찰위원회의 결정 전날인 7일은 숨진 양씨의 생일이었다. 아들을 먼저 보내고 가슴에 묻은 부모의 심정은 헤아리기 어렵다. 한인 모두의 관심과 행동만이 양씨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고, 또 다른 부모의 슬픔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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