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금 매입국인 중국이 해외에서 불법으로 금광을 채굴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현지시간) “중국의 ‘광산 마피아’가 금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며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대륙 등에서 불법 채굴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가장 피해가 큰 곳은 인도네시아다. 지난해 8월 인도네시아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금광이 발견됐다. 축구장 184개 면적의 금광에선 매달 약 550만 달러(약 76억원) 어치의 금이 채굴되고 있었다.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채굴이었다.
수마트라섬의 시골 마을 란퉁에선 현지 광부들이 중국 기업에 의해 내쫓길 위기에 처했다. 이곳에선 원래 수작업으로 금을 채굴했는데, 중국 광산 조직들이 굴착기와 파쇄기 등 각종 장비를 들고 나타나면서다. 이들은 현지 광부들이 몇달에서 몇 년이 걸려 채굴할 양을 하루 만에 캐냈다. 현지 주민들은 이들을 “광산 마피아”로 부른다고 한다.
불법 채굴업자들은 환경 및 안전 규정을 지키지 않아 생태계 파괴가 심각하다. WP에 따르면 중국 조직들은 광산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 강력한 독성 물질인 사이안화물을 무분별하게 뿌리고 있다. 란퉁 마을에선 화학물질이 섞인 빗물로 농작물과 소들이 폐사하기도 했다.
美 패권 맞선 중국, 불법도 동원

중국이 불법적인 방법까지 동원해 금을 모으는 건 미국의 달러 패권에 맞서기 위해서다. WP는 “중국은 미국 달러 의존도를 줄이고 잠재적인 미국의 제재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며 국제 통화 시스템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노력으로 금을 확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중국이 어디서 금을 매입해 오는지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이달 중국 인민은행이 발표한 금 보유량은 7396만 트로이온스(약 2294t)로 미국, 독일 등에 이어 세계에서 여섯 번째(국제통화기금 제외)로 많다. 하지만 투자은행들은 중국이 비밀리에 금을 매입해 공식 발표치의 두배가 넘는 양을 보유 중이라고 보고 있다.
데이비드 수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광물 분석가는 “중국 조직들이 불법 금 거래에 깊이 연루돼 있다”며 “그들이 채굴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확보한 금의 상당수는 매우 불투명한 공급망을 통해 중국으로 유입된다”고 WP에 말했다.
"불법 채굴 중국인 퇴치에 수천만 달러"

하지만 이들 기업에 대한 중국 당국의 감독과 처벌은 거의 없다. 중국 광산업체들은 소셜미디어(SNS)에서 투자자들에 “인도네시아 금 매장지에 무료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WP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와 가나, 프랑스령 기아나 등 최소 15개국이 중국과 중국 기업을 상대로 불법 금 채굴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프랑스의 국방 싱크탱크 전략연구재단(FRS)은 2023년 보고서에서 “기아나에서 중국 투자자들이 불법 물류 체인을 형성해 이들을 퇴치하는데 매년 수천만 달러가 투입된다”며 “이는 중국 정부가 조장하는 세계적 자원 착취 및 약탈 현상의 일부”라고 밝혔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도 지난 5월 “조직범죄가 금 공급망에 깊숙이 침투해 심각한 세계적 위협을 초래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UNODC는 불법 금 거래에 마약 카르텔과 테러리스트, 용병 집단까지 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도 중국을 경계해 금 확보 경쟁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금을 전략 광물로 지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하원 외교위원회 아프리카 소위원장인 크리스 스미스 공화당 의원(뉴저지주)은 “중국과 중국의 광산 산업을 불법 금 거래의 최대 수혜자”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