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T 첫 동양인 수석, 서희 내한 공연 “미국 발레의 모든 것 보여드려요”

2025-04-22

자유로운 형식 실험, 대중성과 확장성, 다양한 인종의 무용수들이 만들어내는 하모니….

미국을 대표하는 발레단,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가 가장 ‘미국적인’ 발레 레퍼토리와 함께 한국을 찾는다. 오는 24일부터 27일까지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올리는 공연의 제목은 ‘클래식에서 컨템포러리까지’. 미국 무용 역사의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겠다는 시도다.

GS아트센터의 개관과 ABT 창단 85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공연에는 16명의 수석 무용수를 포함해 무용수 총 70명이 내한한다. ABT의 스타 무용수 이저벨라 보일스톤, 커샌드라 트레너리, 데본 토셔를 비롯해 수석 서희·안주원, 솔리스트 한성우·박선미, 코르드발레(군무) 서윤정 등 5명의 한국 무용수도 무대에 선다.

그 중 ABT 최초의 동양인 수석 무용수 서희(39)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고전 발레 3대 명작 중 하나인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가장 유명한 안무인 ‘로즈 아다지오’, 미국식 미니멀리즘의 정수로 꼽히는 컨템포러리 발레 ‘인 디 어퍼 룸’(In the Upper Room)을 국내 팬들에게 보여줄 예정이다.

서희는 이번 공연이 “발레단 내부에서 특별히 아끼는, ‘축하의 의미’로 올렸던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라고 했다.

그는 특히 트와일라 타프와 작곡가 필립 글래스의 협업작 ‘인 디 어퍼 룸’을 소개하는 데 공을 들였다. 타프는 여성 안무가가 흔치 않던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활발히 활동 중인 컨템포러리 발레 안무가다. 서희는 ‘인 디 어퍼 룸’을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을 이렇게 설명했다.

“무용수들이 포인트 슈즈뿐 아니라 스니커즈를 신고 무대에 등장합니다.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안무 스타일이 인상 깊었어요. 무대 위에 있는 모두가 동등하게 존재한다는 느낌을 받았죠. 안무나 음악에서도 여성적이거나 남성적인 요소는 거의 없었어요. 예술이라는 본질만을 남긴, 굉장히 정제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가 공연하는 또 다른 작품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인 디 어퍼 룸’과는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형식미의 극치를 보여주는 러시아 황실 발레 대표작이다. 특히 오로라 공주가 왕자 네 명과 차례로 손을 잡으며, 포인트 슈즈 위에서 한 발로 약 20초 동안 균형을 유지하는 1막 ‘로즈 아다지오’는 발레리나의 기량을 평가하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서희는 “흔히 미국 발레는 장르의 구분이 없고 정형화되지 않은, 자유로운 표현을 중시한다는 통념이 있지만 ABT는 클래식 발레의 전통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예술의 자유가 중요하기 때문에 단장님과 선생님들이 무용수를 믿고 맡기는 경우가 많지만, 그 자유로움 역시 클래식 발레에 뿌리를 두고 있다”면서다.

서희는 2015년 자신의 이름을 딴 ‘서희 재단’을 만들어 발레 꿈나무들을 지원해왔다. 지금도 매년 겨울이면 한국을 찾아 전국을 돌며 무료 마스터 클래스를 연다. 지난해 여름 결혼한 그에게 무용수 이후의 삶을 묻자, 그는 “조용하지만 헌신적으로 저를 서포트해준 남편에게, 언젠가 저도 시간의 여유가 생기면 같은 방식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후배 무용수들에게는 이런 조언을 남겼다.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을 찾는 걸 게을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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