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여자·수혜자 모두 안전…“생체 간이식, 수술 성공률 97.6%”

2025-05-14

장기가 손상돼 기능하기 어려울 때 최후의 수단이 기증을 받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뇌사자 등의 장기 기증자가 많지 않은데, 간이나 신장은 살아있는 정상인으로부터 기증받을 수 있다. 간의 경우 일부를 절제해 기증하더라도 일정 시간 후 기능이 회복되는 데다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혈액형이나 신체 조건이 다른 경우도 기증할 수 있게 됐다. 신장은 두 개 중 하나를 떼어내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서석원 중앙대병원 장기이식센터장(간담췌외과 교수)은 “우리나라는 뇌사자 장기기증이 매우 부족해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의 간 일부를 이식하는 ‘생체 간이식’이 이뤄진다”며 “하지만 이 또한 오해와 부정적인 인식으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간은 재생 능력이 뛰어나 살아 있는 사람 간의 일부를 잘라내도 기증자와 수혜자 모두 일정 시간이 지나면 간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대부분 전체 간의 65~70%를 차지하는 우엽의 일부를 절제해 이식하는 데 사용하며, 간은 일부를 잘라내도 3~6개월 정도 지나면 저절로 재생해 거의 원상태로 회복된다.

기증자에게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서 교수는 “간이식은 대개 기증자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고, 특별한 치료 없이 저절로 호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기증자에게 치료적 시술이 필요한 경우는 불과 1%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국내에서 간 기증 후 장애가 남거나 사망한 경우는 없어 안심하고 이식해도 된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기증자와 수혜자 간 혈액형이 같거나 수혈이 가능한 경우만 간이식을 시행하고 키와 몸무게 등 신체 조건도 비슷해야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면역억제제와 치료법이 개발됨에 따라 기증자와 환자 간 혈액형이 불일치하더라도 건강하고 크기만 맞으면 간이식이 가능하고, 수혜자의 생존율도 95% 이상을 기록한다. 국내 생체 간이식은 연간 인구 100만명당 20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서 교수는 “현재 전체 간이식 수술의 3분의 2 이상을 생체 간이식이 차지하고, 간이식을 활발히 하는 국내 10개 병원의 생체 간이식 수술 성공률은 97.6%에 이른다”며 “수술 전후 관리가 표준화되고, 수술 기법과 면역억제제의 발전, 감염관리 수준이 향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살아 있는 동안 타인에게 이식이 가능한 또 다른 장기는 신장이다. 신장 이식은 신장 기능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말기신부전 환자가 대상이다.

하지만 국내 뇌사 기증자보다 신장이식 대기자가 더 많아 뇌사 평균 대기 기간은 8~10년에 이른다.

이에 기증해줄 공여자가 있다면 생체 이식이 권장된다. 신장은 두 개가 있어 건강한 사람은 신장 하나를 기증하더라도 남은 신장으로 건강한 삶을 지속할 수 있다. 우리나라 신장 이식의 60.7%가 생체 이식이다.

권소이 중앙대 신장내과 교수는 “신장이식을 받은 말기신부전 환자의 생존율은 80~90%에 이른다”며 “면역체계가 이식받은 신장을 공격하지 않도록 면역억제제를 꾸준히 복용해야 하지만 평생 투석해야 한다는 절망 속에 있는 말기신부전 환자에게 신장이식은 희망이기에 신장이식을 적극 권한다”고 말했다.

생체 신장이식은 공여자의 신장을 적출한 후 수혜자에게 신장을 이식하는 과정으로 약 3~4시간의 수술이 진행되는데, 기증자는 수술 3일 후 합병증이 없으면 퇴원이 가능하다. 신장 역시 기증자와 수혜자의 혈액형이 같지 않아도 이식이 가능하다.

권 교수는 “신장이식 치료법이 발전하면서 보다 안전한 기증으로 많은 환자가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며 “이식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환자와 가족 모두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이식을 시행한다면 더 이상 투석을 하지 않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박병탁 기자 ppt@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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