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학원혁신지원사업을 통해
대학원생이 연구와 교육의 핵심
수요자이자 생산자로 자리매김

연구중심대학(Research University)이란 연구와 교육이 유기적으로 순환하며, 연구를 통한 새로운 지식 창출이 이루어지고, 더 나아가 그 가치가 사회로 환원되는 대학을 의미한다. 이 개념을 처음 언급했던 빌헬름 폰 훔볼트는 연구중심대학이 연구와 교육의 결합, 과학과 학문을 향한 끝없는 추구, 교수와 학생이 소통을 통해 함께 지식을 추구하는 것을 존재 근거로 제시한 바 있다.
필자는 연세대학교 대학원장으로서 4단계 BK21 교육연구단을 지원하고, 대학원혁신지원사업을 직접 총괄하면서 우리나라 대학이 추구해야 하는 연구중심대학의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면서 다시 이 화두를 꺼내게 되었다.
주요 선진국의 연구중심대학을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우선 연구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연구생태계가 잘 갖추어져 있으며, 대학 내 구성원이 그에 맞는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 데 걸림돌이 없다는 점이다. 또한 교수자는 교육과 연구에 집중할 수 있고, 전문연구원의 연구 지원이 확실하며, 대학원생들은 적극적으로 연구 및 논문 작성에 참여한다. 이뿐만 아니라 대학은 연구소 등 다양한 연구기관을 다수 확보하고, 행정 지원 인력을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배치하여 교수자와 대학원생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들 나라의 연구중심대학은 무엇보다 대학원 중심의 대학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학원은 교수자와 학생들이 연구와 교육을 통해 지식과 경험을 나누며, 창의적인 연구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가장 유리하고 최적화된 조직이다. 이를 통해 대학원은 뛰어난 연구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고, 창출한 지식과 인력을 사회에 이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국내 대학원 역시 이러한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며 연구와 교육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고자 꾸준히 노력해 왔다. 이러한 대학원 체계를 갖추는 데 큰 도움이 된 것이 바로 BK21사업이다.
1999년 시작된 이래 BK21사업은 1~3단계를 거쳐 현재는 4단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단일사업으로는 유례없이 30년을 향해 가고 있는 BK21사업은 주요 학문 분야의 학문 후속세대 양성 및 배출, 글로벌 연구중심대학으로의 개편을 지원해 왔다. 초기 BK21사업을 통해 육성된 대학원생들이 현재 각 대학과 연구소, 기업 등에서 활약하며 최첨단 산업 분야를 이끌고, 새로운 학문 후속세대를 키워내는 주체가 되었다.
특히 4단계 BK21사업이 이전의 BK21사업과 다른 점은 대학 본부 차원의 제도 개혁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대학원혁신지원사업’을 신설한 것이다. 즉 연구중심대학의 특징인 대학원 중심 운영이 가능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다.
지난 4년 6개월간 연세대학교는 대학원혁신지원사업을 통해 어떠한 핵심적인 변화가 있었는지를, 특히 대학원 중심의 운영체계가 가져온 성과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무엇보다 주목할 사항은 대학 공동체 내에서 대학원생이 연구와 교육의 핵심 ‘수요자’이자 ‘생산자’로서 자리매김했다는 점이다. 대학원혁신지원사업을 통해 대학원생 중심의 연구 지원이 이루어졌고, 대학원생 수요를 반영한 교육 과정이 도입되었으며, 대학원생 맞춤형 생활 지원 및 경력 개발이 진행되었다.
연세대학교 대학원은 ‘세계를 선도하는 자생적 혁신 인재 양성’을 비전으로 ▶교육 ▶연구 ▶사회문제 해결 ▶거버넌스 구축의 4대 혁신과제를 추진하며, 기존의 학부 중심에서 대학원 거버넌스 중심의 연구중심대학 구축을 추진해 왔다.
특히 대학원혁신지원사업을 통하여 연구 전 주기에 걸쳐 대학원생을 지원할 수 있는 연구생태계 구축에 힘써 왔다. 예를 들어 연구를 기획하고 있는 대학원생은 사전적 장학제도인 ‘Idea Incubating Fellowship’을 신청할 수 있으며, 사회문제 해결에 도전하는 ‘연세 Junior 융합연구그룹’에도 참여할 수 있다. 또한 연구 수행 단계에서는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비교과를 선택하여 수강할 수 있으며, 연구 성과 게재를 위한 영어 논문 교정, 논문 게재료 등도 지원받을 수 있다. 나아가 개인의 연구 성과 홍보 및 확산을 위해 ‘Y-Scholar Hub 플랫폼’도 이용할 수 있다.
연구 영역뿐만 아니라 교육, 국제화, 경력 개발, 권익 보호, 생활 지원 영역에서도 대학원생 누구나 교내 곳곳에서 지속해서 제공되는 다양한 대학원혁신지원사업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하여 교육 및 연구와 관련된 대학원 거버넌스 전체가 성장하였음은 주지하는 사실이다.
2020년부터 시작된 4단계 BK21사업도 이제 후반기 6차 연도에 돌입했다. 4단계 BK21사업, 특히 대학원혁신지원사업을 통하여 대학 본부 차원의 대학원 혁신 및 연구중심대학으로의 체질 개선은 어느 정도 성과를 얻었다고 본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5단계 BK21사업을 통해서는 세계를 선도하는 연구중심대학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그리고 긴 호흡으로 미래 성장 동력인 연구자의 생태계 복원과 혁신의 고도화를 위해 앞으로도 대학원혁신지원사업이 지속해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